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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경마 '레이싱나이트'‥대전은 '성업 중'

입력 : 2011-07-26 09:17:52 수정 : 2011-07-26 09: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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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명령 내려도 요지부동‥'사행성' 적발 어려워" "'남편이 스크린 경마에 빠져 일주일 만에 3천만원을 날렸다'는 누나의 말을 듣고 황당했어요. 평소 생활이 착실하기로 소문난 형님이었거든요."

지난달 초 A씨는 친누나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A씨의 매형이 푹 빠져 있던 것은 스크린 경마 게임인 '레이싱나이트'.

'레이싱나이트'는 한 장에 만원짜리 이용권을 이용해 3분간 경주마에 베팅하고 1분간 경주를 진행하는 스크린 경마 게임으로 베팅 상한선이 없어서 하루에 몇천만원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사행성이 짙다.

A씨는 "평일 오후 11시쯤 직접 가보니 56대의 기계에 사람이 다 앉아 있었고 옆 대기실에도 10여 명이 있었다"며 "매주 화ㆍ목ㆍ토요일 오전 2시에는 추첨을 통해 순금 10돈과 이용권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달에 판돈이 20억원 가까이 오간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며 "누나가 밤마다 게임장 앞에 지키고 서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매형은 지금쯤 폐인이 됐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말 타고 달리듯' 전국 퍼져‥구청은 "소송 중" = 울산, 대구, 제주 등지에서 법망을 피해가며 영업하다 문제가 됐던 이 불법 사행성 게임이 대전에서도 성업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행정관청은 단속을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대전 유성구청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월 모처에 미니농구대와 인형 뽑기 등을 설치해 놓은 뒤 구청에 '기타유원시설업'으로 영업신고를 했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종합ㆍ일반 유원시설업과는 달리 기타유원시설업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영업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B씨는 기존 놀이 기구 외에 '레이싱나이트' 기계(56인용) 1대와 '바다이야기'와 흡사한 스크린 낚시 게임인 '테크니컬피싱(12인용) 2대를 추가로 설치했고, 지난 5월2일에는 기타유원시설업 신고사항 변경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유성구청은 '위 기구들은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놀이형 유기기구가 아니다'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이를 반려한 데 이어 기타유원시설업장 안에서 사행성 게임 기구를 치우라는 내용의 시정 명령까지 내렸다.

이에 불복한 B씨는 지난달 17일 반려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대전지법에 냈다.

B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위탁업체인 대한산업안전협회가 '레이싱나이트'와 '테크니컬피싱'을 안전성 검사가 필요 없는 '놀이기구'로 분류한 점을 소송 근거로 들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행정 처분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제로 영업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이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처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성구와 B씨가 소송을 벌이는 사이 몇몇 업주들이 동구와 서구에서도 이 기계들을 설치해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행정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찰도 뾰족한 단속 방안 없어 '골치' = 불법 게임장을 단속해야 하는 경찰도 뾰족한 단속 방안을 찾지 못해 골치 아파하고 있다.

단속을 위해 현장에 잠입해도 이용권을 돈으로 바꾸는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 관계자는 "사행성을 입증하려면 환전 여부를 적발해야 하는데 이들은 환전소를 따로 만들지 않고 일대일 방식으로 몰래 이용권을 현금으로 바꿔주고 있다"며 "실제로 우리가 잠입해 환전해 달라고 해도 '안면이 없다'는 이유로 환전 자체를 안 해줄 정도로 지능적으로 영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게임장으로 단속하려 해도 기구 자체가 관광진흥법상 유기기구처럼 등록돼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레이싱나이트'를 놀이형 유기기구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영업신고를 받아주지 말라며 일선 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려 보냈지만, 단속은 경찰에서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레이싱나이트'를 안전성 검사 비대상으로 분류하면서 마치 유기기구로 허용한 것처럼 됐고, 업주들이 이를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 버렸다"며 "새로운 영업신고는 받아주지 말라고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냈고, 안전협회의 미숙한 조치로 이미 영업 중인 업장은 행정소송 중인 만큼 경찰에서 사행성을 밝혀내 단속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상 '레이싱나이트'나 '테크니컬피싱'은 놀이형 기타유원시설업 유기기구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레이싱나이트' 업주들 역시 법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을 알고 있지만 엄청난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계속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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