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용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애니모드 이혁준 마케팅 담당 이사(39·사진)는 최근 불고 있는 액세서리 고급화 열풍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사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관계를 양복과 넥타이에 비교했다.
그는 “100만원짜리 양복을 사면서 5000원짜리 넥타이를 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들은 액세서리도 비싼 걸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연매출 10억달러를 올리는 미국의 액세서리 기업 벨킨이 2006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 하나뿐인 직원이자 지사장이었고, 그 후 3년간 한국 벨킨에 몸담았다. 벨킨 외에도 액세서리 업체인 한국 타거스와 PDA 제조 업체인 셀빅 등에서 10년간 액세서리 기획을 담당해 왔다.
그가 처음 이 업계에 몸담았을 때만 해도 휴대전화 액세서리는 비싸봐야 2000∼3000원이고 끼워주는 물건 정도로 인식됐다. 이 이사는 “아이폰이 나오면서 액세서리 업체의 매출이 4∼5배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2009년 후반부터 액세서리 고급화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국내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그 후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해 올해는 4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고급화라고는 해도 처음에는 ‘아이폰’ 액세서리의 고급화일 뿐 국산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여전히 저가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애니모드가 여기에 변화를 몰고왔다. 지난해 8월 애니모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 배터리 커버를 대체할 수 있는 ‘패션 커버’ 제품을 4만5000원에 내놨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격이었지만 갤럭시S 사용자의 5% 정도가 커버를 구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애니모드는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용 액세서리를 속속 내놓으며 지난해 2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8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애니모드는 올 들어서도 수십만원대의 악어가죽 케이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30만원대 케이스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제품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애니모드의 주력 상품은 9900원에서 4만원 수준”이라며 “고가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브랜드를 고급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공식 파트너 관계인 액세서리 기업은 애니모드·벨킨·아이루브 3개 기업이지만, 아이리버 등 여러 기업이 속속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이사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제품생산 주기를 단축해 시장에서 우위를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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