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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해 자아를 찾아나서는 ‘자전적 소설’

입력 : 2011-07-01 17:23:12 수정 : 2011-07-01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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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숙 두번째 장편소설 ‘젊은 음악가의 초상’
200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이강숙(75)씨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조교수와 서울대 음대 교수 등을 역임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교육가 출신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음악행정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런 그가 두번째 장편 ‘젊은 음악가의 초상’(민음사)를 펴냈다. 첫 장편 ‘피아니스트의 탄생’과 소설집 ‘빈 병 교향곡’에 이은 것으로, 음악을 통해 자아를 찾아온 그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속 철우는 이 전 총장의 삶이 투영된 인물. 콩나물 장사를 하는 홀어머니의 기대 속에서 음악 선생에게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콩쿠르에 나가 대상을 받는다. 청라산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아노 ‘소리’에 큰 감동을 받고, 베토벤 ‘월광곡’ 레코드에 정신을 잃으며 음악의 길로 침잠한다.

“돌담 너머 기와집에서 ‘그 소리’가 났다. 갑자기 철우의 몸과 마음이 후들후들 떨렸다. 의사가 주사를 놓자마자 의식을 잃는다든가 몸 안이 갑자기 화끈화끈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철우의 몸 안에 감당하기 힘든 열기가 돌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았다.”(55쪽)

음악에 대한 열정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친구 집이나 학교 강당을 찾아 연습하고 ‘월광곡’을 통해 ‘소리통로’와 함께 수많은 ‘소리꽃’의 원형과 변형을 경험하는 철우. 어머니의 기대와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 병구로 상징되는 방종적 사랑의 유혹이라는 큰 벽도 만난다. 하지만 이 벽에 굴하지 않고 피아노를 배우고 전국고등학교 성악 콩쿠르에도 도전한다.

“고쳐 배움을 통해 더 나은 노래 거울을 찾으려고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한 백년은 뛰었을까. 철우의 발길에 새벽녘의 희미한 빛이 스미기 시작할 무렵이다. 저 멀리 동지를 만나기나 한 듯이 어떤 사람이 연민의 정을 안고 고쳐 배우려고 뛰어오는 철우를 바라보고 서 있다.”(245쪽)

에세이처럼 이어진 작은 장절을 지나 소설 끝자락에 이르면 “음악적 소리는 마음이 듣는 것이며 음악에 감동해야 음악을 잘할 수 있다”는 철우의 진심을 통해 이 전 총장의 철학에 닿는다. 후리후리한 체격의 이 전 총장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만났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 했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소설가 이강숙씨. 그는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면서 “남은 생은 좀더 잘 살아야겠는데 그 길은 문학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이 철우에 얼마나 투영된 것입니까.

“100%는 아니고 한 50%는 될 겁니다. 예를 들면 학예회나 ‘월광곡’ 레코드 얘기 등은 모두 사실이죠. 또 한나연 선생이나 친구 여효희, 병구 등도 가명이지만 모두 실제 인물이고요. 나머지 50%는 친구 등을 모델로 지어낸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음악으로 가는 길은 어머니와 학교 등으로 형상화된 사회적 통념과의 대결의 길인데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어머니와 학교 등에서 영어와 수학, 국어를 중심으로 공부해 판검사가 되라고 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일종의 고급상품으로 만드는 일인데, 저항감을 느꼈죠. 사회적 통념이 인간을 못살게 구는 ‘감옥’이라고 생각했어요. 감옥을 탈출해야 인간다운 삶이 되는 것이죠. 지금도 (음악가의 길을) 후회하지 않아요. 자기다운 길을 찾아 추구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소설에선 어머니가 끝까지 음악가의 길을 반대합니다.

“전국 고등학교 콩쿠르에서 1등을 했지만 어머니는 상장도 받지 않았죠. 정말 괴로웠어요. 불효자식이라고 할 수 있죠. 다행히 제가 (1977년 31세에) 서울대 음대 교수가 되니까, 어머니가 ‘오야, (교수됐으니) 그만 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죄송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렸어요.”

―평생 음악을 해왔는데, 음악과 소설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처음 읽을 때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손을 놓지 못하는 소설이 있는데, 음악도 처음 몇 소절이 좋으면 궁금증이 생기는 게 있죠. 너무 뻔해도 싫고, 너무 (어려워) 몰라도 (이해하기) 힘든 것도 비슷하고요. 또 정보량이 많은 것이 둘 다 좋은 작품인 것 같고요. 다만 소설은 언어로 표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반면, 음악은 음으로 하기에 조금 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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