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열도에선 최근 방사성물질과 관련된 다양한 속설이 떠돌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물질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공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탓이다.
일본인들이 솔깃해하는 속설 가운데 바나나를 먹으면 내부 피폭을 당한다는 주장이다. 바나나 1개에 0.1μSv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있어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사선량이 주변 지역보다 유난히 높은 ‘핫스팟’인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는 방사선량이 매시간 최대 0.49μSv로 측정되고 있다. 바나나를 5개 먹으면 가시와시의 옥외에 약 1시간 서 있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피폭되는 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가 자녀들에게 바나나를 못 먹게 하면서 대형 슈퍼나 과일가게에선 바나나 재고가 쌓이거나 반품되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람이 평소 섭취하는 식품에는 원래 극소량의 방사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는 원전사고로 방출된 ‘인공방사능’과 달리 ‘자연방사능’으로 불린다. 일본인의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량은 1.6mSv(밀리시버트)라고 한다.
도쿄도 복지보건국에 따르면 바나나를 매일 1개씩 1년간 먹더라도 피폭량은 36.6μSv로 일본인의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량의 2.4%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인체에 피해가 없다.
일본에서 자연방사선량은 ‘서고동저’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화강암 때문이다. 화강함은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굳어진 암석인데, 방사성물질을 다수 포함해 감마선을 내뿜는다. 고베대 대학원의 야마우치 사토루야(山內知也) 교수(방사선 계측학)은 “서일본에서는 화강암이 지면에 그대로 드러난 지역이 적지 않다”면서 “반면 간토지역을 포함한 동일본에선 암반 위에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 화강암의 방사선을 차단해준다”고 설명한다.
일본대학 노구치 구니카즈(野口邦和) 교수(방사선방호학)은 자연방사선량을 둘러싼 일본 국민들의 불안에 대해 “음식물은 산지를 선별해서 사고, 조리할 때는 잘 씻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하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