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코파카바나’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사는 여인 ‘바부’가 그녀와는 너무 다른 딸 ‘에스메랄다’와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영화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바부’는 오늘도 안 풀리는 일진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 때문에 면접시간을 훌쩍 넘겨 상점의 일자리를 놓치더니, 유모차를 밀고가는 여인에게 “혹시 유모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제가 유모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바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바부’는 미래에 연연해하지 않고 현재의 삶에 열정적이다.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고도 쿨하게 넘겨버리는 그녀는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춤출 수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려 하는 딸이 어느 날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말에 들떠, 인도 음식을 준비한 후 인도 전통 의상 ‘사리’까지 차려입고 딸이 들어오자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 천진난만한 그녀는 분명 하나뿐인 딸에게 다정다감한 엄마이기도 하다.
반면 자유로운 엄마 때문에 어릴 적부터 여러 도시를 떠돌며 친구 하나 없이 지내야 했던 그녀의 딸 ‘에스메랄다’는 미래를 위해 현실에 충실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그녀는 늘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엄마가 그저 못마땅할 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도 다른 둘은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되풀이하고, 급기야 ‘에스메랄다’는 엄마에게 “가끔 정신나간 사람 같다”며 “창피당하기 싫으니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선언한다. 깜짝 놀란 ‘바부’는 딸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벨기에로 간다.
‘바부’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은 말다툼 끝에 집을 나간 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화해하도록 사윗감 남자를 설득시키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서 달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그녀의 삶과 생각을 하나씩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동화되어 간다.
진한 화장과 요란한 옷을 좋아하는 ‘바부’는 비록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말만 하기 바쁜 기분파이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그냥 못 지나치는 순수하고 여린 모습도 지녔다. 거리낌없이 자기 것을 나눠주며 정을 베풀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그녀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에 매여 정작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거울을 비추어 준다.
극중의 딸 ‘에스메랄다’ 역은 그녀의 친딸 롤리타 샤마가 맡았다. 젊은 시절의 이자벨 위페르를 빼닮은 외모와 풍부한 감정으로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모녀연기를 펼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르크 피투시 감독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엄마에게 점점 무심해지고 거리를 두게 되는 딸의 모습을 ‘에스메랄다’의 캐릭터에 세밀하게 담아내며 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한다. 행복에 대한 기준과 방법이 전혀 다른 두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에 놓치고 사는 ‘진정한 행복’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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