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의류 쇼핑몰만 128개 달해
박명수 흑채 판매 등 이색 사업도
홍진경·오지호 분쟁 등 과열경쟁 조짐
가수 비·안혜경 폐업… 실패 사례 많아
“인기 믿고 관리 소홀하면 소비자 외면” ‘모 연예인, 대박사업가 변신’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린 연예인 CEO들의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황정음, 이유리 등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는 연예인도 늘고 있으며 오지호, 박명수, 노홍철 등 이름난 연예인들이라면 대부분 쇼핑몰을 운영한다.
하지만 인기 연예인들의 쇼핑몰 사업이 그들의 인기만큼의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잠시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명멸해 가는 연예인 쇼핑몰이 허다하다는 것. 쇼핑몰 사업에 성공한 연예인 CEO들은 “연예인으로서의 인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에 ‘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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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허경환·이유리 등이 온라인 쇼핑몰로 수익을 올리면서 연예계 쇼핑몰 창업 열기가 뜨겁다. |
연예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직업적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단연 의류 쇼핑몰이다. 화면 속에 비치는 연예인의 이미지만으로 쇼핑몰 간접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의상이 중요한 연예인의 특성상 다져진 안목과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의류쇼핑몰 선호현상은 여자 연예인에게 두드러진다.
변정수(엘리호야), 김준희(에바주니), 이혜영(미싱도로시)은 이미 의류쇼핑몰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터줏대감이다. 특히 이혜영은 ‘미싱도로시’를 런칭 3년 만에 600억원 매출 신화를 기록했으며 ‘미싱도로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지분 10억원의 사회 환원을 결정해 찬사를 받았다.
최근 방송활동을 접고 쇼핑몰 ‘아우라제이’를 운영하고 있는 진재영은 하루 매출 1억원을 넘어서고, 랭키닷컴이 선정한 ‘연예인 의류 쇼핑몰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우라제이’는 의류 쇼핑몰로는 이례적으로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확인서를 받는 등 사업의 내실 또한 탄탄하게 다졌다. 백보람의 쇼핑몰 ‘뽀람’은 창업 초기 20만원으로 시작해 월 매출 최고 3억원을 올려 소자본 창업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유리와 김수겸이 손잡은 의류쇼핑몰 ‘미스투데이’는 오픈 2주 만에 하루 매출 2000만원을 돌파하며 쇼핑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남자 연예인들의 의류 쇼핑몰도 적지 않지만 분야는 훨씬 다양한 편이다. 노홍철(노홍철 닷컴), 배정남(레이건), 유세윤(엘프걸스) 등이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그간 많은 연예인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이색 쇼핑몰 창업도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박명수는 자신의 적은 머리숱에서 파생한 ‘무한도전’의 캐릭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승화, 흑채 판매 쇼핑몰 ‘거성닷컴’을 운영 중이다. 그는 최근 TV홈쇼핑에 진출해 흑채 시범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외에 배우 오지호와 오병진, 김치영, 윤기석이 의기투합한 ‘남자김치’는 6개월 만에 매출 40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몸짱 개그맨’ 허경환은 닭 가슴살을 판매하는 ‘허닭’을, ‘폭풍 감량’ 김용준은 다이어트 도시락 쇼핑몰 ‘다이어트 마켓’을 런칭했다. 이들은 실생활에서 우러난 사업아이템을 쇼핑몰에 적용해 큰 수익을 거뒀다.
◆‘너도나도 연예인 CEO’ 쇼핑몰 시장 과포화
연예인들 쇼핑몰은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손쉽게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는 대중에 비치는 연예인의 화려함 내지는 대중의 모방심리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자신이 직접 쇼핑몰 모델로 서면서 모델료 등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연예인 쇼핑몰 열풍을 이끌었다. 특히 백지영-유리, 채은정, 황혜영 등 일부 여자 연예인들은 쇼핑몰을 통해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공개해 이슈를 모았으며 동시에 쇼핑몰 홍보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쇼핑몰 의상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연예인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이다. 진입장벽이 쉬운 만큼 실패하기도 쉬운 것이 쇼핑몰 사업이다.
현재(5월20일 기준) 랭키닷컴에 따르면 연예인 의류쇼핑몰 수만 128개에 이른다. 연예인 쇼핑몰 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 하지만 늘어나는 연예인 쇼핑몰에 비해 이를 찾는 방문객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연예인 쇼핑몰이 이미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었음을 뒷받침한다.
◆‘소송, 분쟁…’ 과열경쟁 부작용?
연예인 쇼핑몰이 증가하면서 실제 쇼핑몰을 둘러싸고 연예인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김치사업가로 변신한 홍진경(㈜홍진경 더김치)과 오지호(㈜남자에프엔비 남자김치)는 최근 김치 시장 점유율 1위 문구를 두고 법적 분쟁을 예고한 상태다.
홍진경 측은 “지난해 9월 ‘남자김치가 홍진경의 6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김치쇼핑몰 1위에 등극했다’고 광고했다. 허위광고라며 중단을 요청해 한동안 내보내지 않더니 다시 ‘동종 CEO 여성 김치브랜드를 제쳤다’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남자김치’를 상대로 표시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른바 ‘김치분쟁’이 불거지자 오지호는 지난 17일 “열심히 사업해 보려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사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김치 사업을 하면서 알았다”고 사업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에이미는 동업관계에 있던 오병진 등과 의류쇼핑몰 ‘더에이미’를 두고 지난해부터 법적 분쟁 중이다. 에이미는 오병진 등 3명은 지난 4월 ‘에이미가 쇼핑몰 사업에 협조하지 않아 매출이 급감했다’며 에이미를 상대로 총 1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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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 ‘더김치’ vs 오지호 ‘남자김치’. 온라인 김치시장 점유율을 두고 법적 분쟁 초읽기에 들어갔다. |
쇼핑몰의 범람 속에 성공하는 연예인 CEO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2008년 직접 디자인하고 모델로 나서는 등 의욕적으로 의류브랜드 ‘식스투파이브’를 런칭했지만 지난해 8월 폐업수순에 들어갔다. 비는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방송인 안혜경은 수제화 쇼핑몰을 오픈한 지 5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개그맨 변기수도 유아동복 쇼핑몰을 오픈했지만 3000만원의 돈만 날렸다고 털어놨다. 연예인 이미지상 실패 사례에 대해 쉬쉬할 뿐이지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의 실패 스토리는 훨씬 많다.
‘에바주니’ 김준희는 최근 쇼핑몰 성공을 주제로 한 대학 강연에서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준희는 “연예인이 홍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초창기 반짝 효과일 뿐이고 깐깐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퇴보한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이름값은 창업 초기 일시적으로 발휘될 뿐”이라며 “소비자는 연예인 쇼핑몰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구입할 만큼 아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으로서 인기만 믿고 쇼핑몰 관리에 소홀했다가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어 올인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실패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나리 세계닷컴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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