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남극을 다녀온 박영석 대장의 감상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대륙, 그래서 더 수수께끼에 쌓여 있는 남극에서 SBS의 다큐멘터리 ‘남겨진 미래, 남극’(이하 ‘남극’) 제작진이 특별한 남극탐험을 기획했다. 태양력과 풍력만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스노모빌인 ‘에코모빌’로 남극 횡단에 도전한 것이다.
이들의 도전은 안타깝게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된 원정에서 박 대장이 이끄는 ‘SBS 그린원정대’는 남극 패트리엇 힐 기지를 출발해 우리나라 제2의 남극기지(장보고기지) 예정지인 테라노바 베이까지 5000㎞를 달리는 ‘남극횡단’을 노렸지만 악천후 탓에 남극점 도착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41일에 걸친 이들의 도전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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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남극점에 도착한 SBS 그린원정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극횡단을 가로막은 의외의 장애물은 ‘눈’이었다. 박 대장은 “남극에 눈이 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남극이지만 “사실 남극은 사막보다도 건조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고 박 대장은 전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도 많이 습해졌다. 원정기간 41일의 절반인 20일 동안 흐리고 눈 내리는 날씨가 이어졌다. 태양열 집광판으로 전기를 모아야 하는 원정대에겐 이런 날씨가 치명적이었다. 박 대장은 “그럴 때마다 신 부국장한테 ‘왜 해가 안 나오냐, 이걸(에코모빌) 타고 가라는 거냐, 끌고 가라는 거냐’며 투정을 많이 부렸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남극에 갔던 임완호 PD는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을 카메라에 담았다. “펭귄을 실컷 찍고 싶었다”고 말한 임 PD는 “이번 다큐에는 남극에 사는 펭귄을 거의 다 담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남극기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박진용 PD도 “이틀간 4시간씩 나가 빙벽을 바라봤는데 빙벽이 무너지는 걸 여덟 번이나 볼 수 있었다”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이를 연구하는 기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극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제작진의 다큐멘터리 ‘남극’은 총 4부작으로 15일 오후 11시 펭귄의 생태계를 담은 1부 ‘야생의 부름’을 시작으로 모두 4차례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22일 이어지는 2부 ‘얼음바다, 태양의 돛을 올려라’와 29일 방송되는 3부 ‘하얀 정글의 사투’에서는 그린원정대의 남극점 정복기를, 그리고 6월 5일 마지막 편으로 예정된 ‘빙원의 프런티어’는 남극기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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