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방과후 활동 입소문
전교생 5년만에 37→107명

제7회 한국교육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남 여수 관기초등학교 허정(60·사진) 교장은 26일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허 교장은 이번 교육대상과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창의·인성교육 함양을 위한 100대 학교’ 등 관기초교를 둘러싼 상찬과 관심이 모두 학부모들 덕분이라고 했다. 자신은 2006년 9월 교장 부임 이후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학교로 만들자”는 ‘소박하고 평범한’ 목표와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과 섬 지역 소재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대상으로만 거론되는 요즘 현실에서 ‘돌아오는 농촌학교’ 관기초교와 이를 일궈낸 허 교장의 존재는 그리 가볍지 않다. 관기초는 약 5년 전 전교생이 37명인 미니학교로,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허 교장은 부임 직후 주변이 들과 산이고 학부모 대부분이 농부라는 학교 특성을 살려 “아이들이 산과 들판을 뛰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매주 2∼3회 인근 야산을 등반하고 학교 주변 논과 텃밭에서 학생들이 벼와 채소를 직접 가꾸도록 하는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또 ‘사교육 없는 학교’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오후 5시까지 영어·수학 심화학습과 같은 방과후학교를 진행하고 주말 체험활동, 탈만들기·기악합주·오카리나와 같은 계절학교 등을 운영했다. 학부모들은 돌아가며 이 같은 활동은 물론 도서관 사서와 수업 도우미까지 자처하는 등 적극 참여하고 있다. 허 교장은 “처음 학부모 참여율은 30%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90%를 넘는다”면서 “학교와 교직원이 다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학부모들이 거뜬히 메워준 셈”이라고 했다.
이런 활동들이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전입생들이 부쩍 늘면서 관기초교는 이제 전교생이 107명이고, 전입 대기자만 100명에 이르는 인기 농촌학교가 됐다.
허 교장은 “학생들이 계절학교 등을 통해 틈틈이 배운 기악합주 실력이 꽤 수준급이다”면서 “정통 오케스트라를 꾸려 연말 전국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환하게 웃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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