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파악 못한채 “해킹 무관”…고객들 재발 가능성에 불안 가중

농협중앙회의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된 것은 약 20시간에 이르렀다.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CD/ATM)는 물론 창구 입·출금 거래까지 모두 멈췄다. 항의가 빗발치며 큰 혼란을 빚는 동안 농협은 전산장애를 불러온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농협은 13일 낮 12시35분부터 전산시스템을 일부 복구해 창구에서 할 수 있는 단순 입·출금이나 예·적금 거래 업무를 재개했지만 장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농협은 이번 사고가 IBM서버(중계서버)에서 발생한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T 담당 협력업체 직원 PC를 통해 서버 파일삭제 명령이 내려졌고 결국 모든 금융거래까지 중단되는 사태로 번졌다는 것이다. 서버 장애치고는 복구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점을 들어 내부 관계자의 의도적인 소행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파괴를 목적으로 한 서버 공격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서버 관리 권한을 가진 사내 관계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창구거래까지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자 농협은 결국 운영시스템(OS)을 모두 다시 깔아 기본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오후 들어 금융조회와 입출금 업무만 재개할 수 있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전산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복구하고 있다”며 “자정까지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신용카드 일부 거래까지 모두 정상화하면 14일부터 정상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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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망 장애 이틀째인 13일 서울 농협광화문지점에 설치된 공과금 수납기에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이 붙어 있다. 송원영 기자 |
서울 명동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매일 아침 점포 운영자금을 찾아야 하루 일을 할 수 있는데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어떻게 은행 창구에서 예금인출조차 못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협 관계자는 “해킹과는 무관한 전산상의 오류로, 운영시스템을 다시 깔았다”며 “고객정보가 유출될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또 “모든 지점의 민원센터에 고객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해 피해사례를 접수, 보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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