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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아 엘리시온이라는 극락에 들어간 아이네이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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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04 08:33:08 수정 : 2011-04-04 08: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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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아스와 시빌레가 멈추어 선 곳, 그 갈림길이 시작되는 곳의 왼쪽 성벽 주위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플레게톤 강이 화염 물결을 굴리고 있었다. 문 옆에는 쇠 탑이 서 있었고, 그 위에서는 복수의 여신 티시포네가 망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끔찍한 소리는 거기서 나오는 소리들이었다. 그 속에서 신음 소리와 채찍 소리, 쇠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쇠사슬이 쩔꺽쩔꺽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네이아스는 공포에 떨며 지금 들려 온 소리는 어떤 범죄를 벌하는 형벌이냐고 무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왼쪽 지역은 역시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또 다른 아들인 준엄한 라다만티스가 다스리는데, 그는 악한 자들의 나쁜 행위에 대해 그들을 처벌하는 곳으로 지옥이라고 했다.

"이곳은 라다만티스의 법정이오. 생전에 범한 죄를 밝히는 곳이오. 범죄자는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감추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생각이오. 여기서는 세상 그 무엇도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마오. 생생한 현장 모습들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공연히 감추려고 했다간 더 심한 고통을 받고 말지요. 저기 망을 보는 티시포네는 쇠사슬 채찍으로 죄인을 때린 후에, 그를 다른 복수의 여신에게 인도하는 것이오."

마침 이때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청동의 문이 열렸다. 아이네이아스는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끔찍한 소리는 좀 전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하게 들려왔다. 그는 문 안으로 히드라가 50개의 머리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몸서리쳤다. 시빌레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지옥의 심연은 마치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 무한히 높듯이 그 밑바닥이 무한히 깊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심연의 바닥에는 옛날에 신들에게 반항했던 거인족도 있으며, 제우스에게 패하여 끌려간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족도 사슬에 묶인 채 꿇어 엎드려 있으며, 그리고 살모네우스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오만하게도 제우스와 우열을 다투고자 하여 청동으로 된 다리를 만들어, 그 위를 전차로 달리며, 그 소리가 우렛소리를 닮게 하고 번갯불을 흉내 내어 불타는 나뭇가지를 백성들에게 던진 죄로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그곳에 갇혀 있었다. 제우스는 벼락으로 그를 내리쳐서 인간이 만든 벼락 무기와 신의 무기와의 차이를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거인 티티오스도 그곳에 있었다. 그의 몸은 드러누우면 9에이커의 땅을 차지할 만큼 거대했는데, 독수리가 항상 그의 간을 파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간을 파먹자마자 새로운 간이 솟아나므로, 간을 파 먹히면서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 그의 형벌은 그칠 날이 없었다.

아이네이아스는 많은 사람이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는 식탁을 향하여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곁에는 한 복수의 여신이 서 있어, 그들이 그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그들의 입으로부터 그것을 빼앗아가는 것이었다. 또 어떤 자들의 머리 위에는 큰 바윗돌이 걸려 있어 곧 떨어질 것 같아, 그들은 부단히 공포 상태 속에 있었다. 이들은 생전에 형제를 미워한 자, 부모를 때린 자, 그들을 신뢰한 친구를 속인 자, 혹은 부유하게 된 후에 재물을 사유하여 다른 사람에게 한 푼도 나누어 주지 않은 자 등이었는데, 마지막 부류에 속하는 자가 가장 많았다. 또 이곳에는 결혼의 약속을 배반한 자, 불의의 전쟁을 한 자, 주인에게 불충실한 자들도 있었다. 이곳에는 또 돈 때문에 조국을 판 자, 법률을 악용하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를 일삼았던 자들이 있었다.

익시온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는 부단히 회전하는 차바퀴에 결박되어 있었다. 또 시시포스도 있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큰 돌을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것이었는데, 등성이를 거의 다 올라갔는가 하면 바위는 어떤 힘에 이끌려 다시 거꾸로 들판을 향해 굴러 내리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돌을 위로 올리려고 애를 쓰지만 땀만 그의 전신을 적실뿐, 아무리 해도 헛수고였다.

탄탈로스는 못 속에 서 있었다. 그의 턱은 수면과 같은 높이에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목이 말라 갈증을 면할 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물을 들이마시기 위해 백발의 머리를 숙이면, 물이 달아나서 그가 서 있는 곳은 물 한 방울 없이 말라버리기 때문이었다. 또 배, 석류, 사과, 맛 좋은 무화과 등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무목이 그의 머리 위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지만,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바람은 나뭇가지를 손이 닿지 않게 높은 곳으로 불어 올렸다. 그런 모습들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네이아스는 공포에 질려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시빌레는 그에게 겁을 먹지 말고, 십자로에 면한 벽에다 대담하게 황금빛 가지를 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른 한쪽 길은 엘리시온(극락)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 오른편 길은 엘리시온으로 뻗어 있는데, 그의 아버지는 엘리시온에 있으니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빌레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이제는 이 음울한 곳에서 벗어나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찾아갈 때라고 알려 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정신을 차리고 시빌레를 따라나섰다. 그 길로 들어서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더듬거리며 그 암흑지대를 헤쳐 나갔다. 등골이 오싹하도록 공포가 밀려왔다. 그러다가 그 어둠 속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편안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서서히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점차 초원으로 바뀌었다. 그곳이 엘리시온의 들, 바로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거기에 그들이 도착했을 적에, 모든 것이 즐거웠다. 부드러운 푸른 초원 아름다운 관목으로 이루어진 숲, 맛좋은 생명을 주는 공기, 부드러이 심홍색으로 타오르는 햇빛, 평화와 지복의 거처였다. 여기엔 훌륭한 그리고 선량한 죽은 사람들, 영웅들, 시인들, 사제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기억케 했던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안도의 숨을 쉬며 모든 것이 자줏빛 광선에 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지역은 고유의 태양과 별들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여러 방법으로 즐기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푸른 잔디 위에서 스포츠를 하거나 역기나 기타 여러 가지 경기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하며 매혹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네이아스는 생존했던 시절에 트로이 나라를 건설했던 고결한 영웅들을 보았다. 또한 그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그곳에 조용히 안치되어 있는 그 당시의 이륜전차나 번쩍이는 무기들을 경탄하면서 바라보았다. 창은 땅에 꽂혀 있었고, 말들은 마구를 벗고서 들판을 노닐고 있었다. 옛날의 영웅들이 생전에 자기들의 훌륭한 갑옷과 군마에 대하여 지닌 자부심은 이곳에서도 다름이 없었다.

그는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연회를 하며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그들은 월계수 숲 속에 있었다. 이곳은 저 위대한 포 강(에리다누스)의 원천을 이루며 그것이 도시로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이 숲 속에는 조국을 위하여 싸우다가 부상을 당하고 쓰러진 용사, 순결을 지킨 사제들, 아폴론에게 상응한 예언을 노래 부른 시인들, 혹은 유익한 기술상의 발명으로 인생을 격려하고 장식하는 데 공헌한 사람들, 그리고 인류에게 봉사한 공로로 은인으로서 기념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인류에게 봉사한 공로로 은인으로서 기념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눈과 같이 흰 리본을 이마에 달고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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