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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사랑을 나누었지만 끝내 이별

입력 : 2011-03-31 21:20:10 수정 : 2011-03-31 2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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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랑한 날들
독특한 편집·시간 재배치… 대담한 드라마 강렬한 파장
시종 사랑의 행복·아픔 그려… 주연 남녀 배우는 실제 부부
서로 육체와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 만큼 불 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장(미카엘 코헨)과 가브리엘(엠마누엘 베아르). 여전히 사랑하지만 미치도록 뜨거웠던 격정 안에서 서로를 통제할 수 없었던 둘은 결국 이별을 택한다.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가브리엘이 장의 집을 찾는다. 두 사람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지난날 함께 나누었던 만남·사랑·갈등·이별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깨진 사랑의 조각을 맞춰 본다.

영화는 독특한 편집스타일과 시간을 재배치한 대담한 드라마 구성에 힘입어 강렬한 감정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해. 이 말을 입에 여러 번 담아 봤지만 뜻을 이제야 알았어.”

서로에게 빠져들고 끊임없이 탐닉하는 시간들. 정말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 걸까. 그러나 빠져들었던 순간만큼 사랑했던 시간만큼 빠르게 또는 천천히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자기는 어린애처럼 사랑을 꿈 꿔. 어른들의 현실을 무시하지.”

“넌 항상 도망치잖아. 현실도피 한다고.”

뒤를 이어 별리의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이 어김없이 따라온다. 모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연인들은 사랑할 때보다 오히려 더 참혹하리만치 괴로운 가슴의 통증을 견뎌 내야만 한다.

영화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느끼는 행복과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객석에 풀어놓는다. 격렬하게 사랑한 순간, 치열하게 견디는 순간, 힘들게 마주하는 순간 등 사랑의 시간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영화 속 사랑은 실로 ‘파리’스럽다. 우리가 파리라는 도시에 대해 꿈꾸고 그리던 그런 사랑이다. 화면 속 배경의 파리는 관광지 파리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치명적인 사랑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런 곳이다. 두 배우가 몸을 비틀어 가며 벌이는 정사신은 ‘색·계’에서 량차오웨이와 탕웨이가 보여준 클립형 체위와 비견될 만큼 눈길을 붙든다.

“먹지도 자지도 못해 살이 빠졌어. 항상 생각하느라… 그러니 둘 다 망치기 전에 그만 헤어져. 자긴 내게 최고지만 나랑 있으면 불행해져. 난 못 된 여자이니까. 자긴 사랑을 위해 뭘 할 수 있어?”

“어디까지 솔직한 거고 어디까지 속이는 건지 알 수 없어.”

“언제쯤 걱정(집착) 안 할 거야?”

마침내 둘이 말다툼을 벌이다 헤어지는 장면에서 감독은 두 남녀 배우를 화면 좌우 끝에 배치한다. 연인 사이에 벌어질 대로 벌어진 감정의 거리와 갈등의 폭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상적인 대목이다. 영화 속 두 주연배우는 실제 부부다. 미카엘 코헨 감독은 자신의 소설을 직접 스크린에 옮겼다. 그는 각본, 연출, 주연 등 1인 3역을 소화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왜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까, 왜 사랑하다 헤어지는 걸까. 사실 영화의 줄거리는 중요치 않다. 영화는 시종 끊임없이 객석에 묻는다.

“당신 제대로 사랑하고 있어?”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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