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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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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16 08:33:30 수정 : 2011-03-16 08: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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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필자를 보고 참 단순하다고들 이야기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 필자는 꼼꼼하기보다는 덜렁대고,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털털하고, 외모와는 달리 남성적 여성이라고들 한다.

말이 많기보단 그저 행동하는 타입이다. 흔히 말하는 여자들끼리 모여 남 얘기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남 이야기는 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말이 없는 편이라 오해도 많이 받는다. 남들 말로는 생긴 건 아주 여성스러운데, 하는 행동은 애교도 없고, 멋도 없다 한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남성적인 추진력과 집중력, 무모함을 가지고 덤빈다고 말이다. 남들은 다 뜯어말리는 데,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하면 밀고나간다. 그런 반면, 내면은 여리디 여려, 화를 참다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울고, 전전긍긍 잠 못 이룬다.

나란 사람은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참 여러 가지 모습을 다 가진 존재이다. 가끔 가슴 찡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혼자서 폭포수와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 마음에 울리는 이야기를 하면 그저 가슴이 찡해 울어버리고 만다. 기도를 하다 우는 일은 내게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있는 분노나 화를 그 자리에서 풀어내지 못해 혼자서 끙끙 앓다가 잠을 못자기도 습관처럼 되버렸다. 이런 필자에게 탈출구란 운동과 책 읽기, 여행하기,  영화보기 내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필자가 강의를 하는 대학에 나의 학생들에게 첫 시간이라 자기 소개를 시켜보았다. 많은 학생들이 개성 없이 자기 소개를 시작한다. 이름이야기하고‘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친구들 앞에서 쑥스러운 듯 건넨다. 보다 못해 필자는 “그렇게 똑같은 자기 소개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 수업 시간에 얻어가고 싶은 것과 장래 희망, 취미, 특기 등을 말해보라”고 부추겼다.

그랬더니 한 남학생이 본인의 장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수업 시간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교수님의 마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100명이 되는 학생들이 ‘우~~’란 함성과 더불어 동요가 일어난다. 하지만 난 그 학생의 독특하고 기발한 자기 소개를 기억할 뿐아니라 다른 학생과는 다른 비범함에 박수를 보낸다. 남들과 달라야 기억되고, 남들과 달라야 자신만의 개성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뚜렷하게 뭘 해야지하는 목표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니 탐색중이라는 말이 더 맞겠다. 그러니 젊음인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이지 않은가!

학교 강의를 갈 때마다 시간과 노력 대비 보수가 낮아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필자가 힘을 얻는 건 대학의 젊음과 열정이다. 불안정해보이는 그들이지만 꿈을 쫓아가는 모습이 그저 아름답기만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를 보면서 나 역시 저런 강의를 해봐야지하는 꿈을 꾼다. 가르치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아직도 꿈을 꾼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는 힘이고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나란 사람에 대한 자아 찾기란 참 재미있는 과제이다. 나란 사람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하는 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이들에게 고한다.

‘ stay hungry, stay foolish!!!' .

이서영 아나운서 미니홈피 www.cyworld.com/leemisunann이메일 leemisunan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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