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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자료엔 ‘대통령 동선’까지 포함… 스파이사건 비화되나

입력 : 2011-03-10 01:35:55 수정 : 2011-03-10 01: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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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신밍 ‘미스터리’ 3대쟁점 단순 ‘불륜 스캔들’인가, 상하이판 ‘마타하리 사건’인가.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들의 자료유출 파문의 진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중국여성 덩신밍(33)씨와 영사들 간 치정에 얽힌 흙탕물 싸움에서 조직적 정보유출 스캔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가 9일 뒤늦게 합동조사단 구성 등 사태수습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유출된 자료에는 국가 원수의 외국 순방기간 동선 등 1급기밀에 해당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 정부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덩씨 실체와 역할은

이번 파문에 대한 재조사의 초점은 덩씨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 그의 역할, 유출 정보의 질 등을 분석·평가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덩씨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는 그의 소재조차 모른다.

김정기(51) 전 상하이 총영사 등에 따르면 덩씨는 상하이시 고위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갖고 상하이 영사관의 주요 민원을 해결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2008년과 2009년 상하이를 방문해 부총리급인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와 장관급인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덩씨의 ‘관시(關系)’가 작용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2008년 11월 상하이 총영사에 장기 수용돼 있던 국군포로 및 탈북자 11명의 동시송환을 성사시키는 데도 덩씨가 큰 역할을 했고, 2009년 제주도와 상하이 간 우호 도시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덩씨는 각종 이권에도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인 기업인에게 유력인사를 소개하고 업무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건당 수천만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최근엔 비자 발급 등 정부 관련 업무로 영역 확대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유출인가, 파워게임의 산물인가

이달 초 귀국한 김정기 전 총영사는 정보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밤늦게까지 이틀째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덩씨를 통해 유출된 김 전 총영사의 자료는 이명박 후보 선대위 비상연락망과 서울선대위 조직본부 비상연락망 2건이다. 여기엔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물론 이상득, 이재오 의원 등 여권 실세의 전화번호가 들어 있다. 김 전 총영사는 자료유출 배후로 국가정보원 소속 장모 부총영사를 지목했다. 김 전 총영사 측은 4·27 분당을 보선 출마를 막으려는 세력의 ‘음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총영사는 “원본엔 김여사 전화번호가 없다”고 했다. 반면 이런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사진이 이날 공개됐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가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덩씨는 지난해 6월1일 오후 6시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 전 총영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고,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19∼21분 같은 카메라로 김 전 총영사가 소지한 연락처들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락처들은 비닐코팅이 돼 있어 김 전 총영사가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축소 시도했나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논란거리다. 이미 한 달 전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벌였음에도 단순 치정사건으로 축소시킨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천명하고 나선 것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다. 정부가 밝혀내야 할 부분은 김 전 총영사를 비롯한 영사들의 정보유출 경위와 덩씨의 자료수집 배경이다. 유출된 자료에는 지난해 5월 상하이 엑스포 개막 당시 이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등 1급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 포함돼 있어 정부로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총리실 측은 덩씨와 접촉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져 실체 파악 여부는 불확실하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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