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배워야 적응빨라 다그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A씨는 또래보다 정서언어발달이 늦은 아들 B군(5)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B군은 성격도 내성적이고 자신감도 부족해 항상 외톨이다 A씨는 아들이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자기 탓이라고 여긴다 A씨가 입국했을 때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은 한국에 빨리 적응하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며 집에서 베트남 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를 했지만 받아줄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아들은 엄마와 정서적 교감이 적었고 언어를 배워야 할 시기에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 A씨는 최근 아들을 데리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언어발달 지원 서비스에 등록한 뒤 언어 치료를 받고 있다

A씨가 입국했을 때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은 한국에 빨리 적응하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며 집에서 베트남 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를 했지만 받아줄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아들은 엄마와 정서적 교감이 적었고 언어를 배워야 할 시기에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
A씨는 최근 아들을 데리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언어발달 지원 서비스에 등록한 뒤 언어 치료를 받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급속도로 접어들면서 사회통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면서 사회 갈등과 소수자 문제 등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결혼이주 여성 등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사회적 위치도 낮다 이는 우리 사회에 이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탓이다 영어권에 치우친 우리 사회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출신국인 동남아시아 언어나 문화 등에 관심이 거의 없다 이 같은 경향은 가정에도 이어져 남편은 부인 나라의 말 등을 배우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다
특히 시부모는 한국음식 만들기 큰절하기 등 한국문화 수용을 강요한다 다문화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도 이들을 한국댁으로 만들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부부 간 갈등과 고부 간 갈등 자녀와의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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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이 늘면서 사회통합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 사진 |
정부는 2009년부터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또래보다 언어나 정서 발달이 늦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엄마나라 말을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경기대 서종남(여) 교수는 이민자와 한국인의 차이만을 강조하는 자세를 버리고 그들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열린 사고방식으로 진정한 통합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민자들의 출신국에 따른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한국 문화를 조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샐러드 볼을 넘는 정책 개발해야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미국은 사회통합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멜팅팟(Melt Pot용광로) 이론이다 이는 19세기 말 미국에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백인주류문화(White AngleSaxon ProtestantWASP)를 바탕으로 생겨난 것으로서 철광석과 같은 이민자들이 거대한 용광로인 미국 사회에 융해돼 새로운 인종으로 바뀐다는 개념이다 멜팅팟은 문화일원주의인 통합교육을 의미한다

다문화주의를 더욱 발전시킨 것이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이다 샐러드 볼 정책은 샐러드처럼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상호공존하며 각각의 색깔과 향기를 지나고 조화로운 통합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멜팅팟이나 다문화 이론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다 통합주의를 표방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거주지가 분리되고 취업률이 낮은 흑인과 아랍계 주민의 불만이 터지면서 폭동이 일어났다 최근 서울 도심지역과 경기도 안산 수원 등에 특정 외국인 거주지역이 생겨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다문화주의가 소수민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주류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주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류 언어와 문화를 배우지 않고 자신의 것을 고집했을 때 되레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 가운데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고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에서도 게스트워커시스템(초청노동자)으로 온 수십만명의 터키인이 자국어를 고집하며 특정 지역에 몰려 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주의와 다문화주의를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2007년 자연과 같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균형을 이루며 행복한 세상을 건설하자며 에코 컬쳐(EcoCulture)를 주장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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