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지식경제부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현물가격이 배럴당 110.7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4일 연속 100달러 행진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유가가 26일로 5일 연속 100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자, 이날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에너지위기평가회의’를 열고 경보단계 격상 문제와 이에 맞물린 에너지소비 제한조치 등을 논의했다. 지경부는 27일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절전조치 등 각종 대책을 최종 확정하고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 뒤 28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매뉴얼에는 ‘주의’가 되면 경관조명 소등 등 불요불급한 공공시설물 에너지소비에 제한조치가 내려진다. 산업체의 냉난방설비 효율을 점검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제한하고, 아파트 경관조명 사용도 억제한다. 상업시설 옥외광고물 등에 대해서도 소등 조치가 발동된다.
매뉴얼에서 정부의 대응체계는 유가(두바이유 현물가)나 예비전력이 일정 요건을 5일 이상 유지할 때 관심→주의→경계→심각 등으로 올라간다. ‘관심’은 유가 90∼100달러나 예비전력 300만∼400만㎾, ‘주의’는 유가 100∼130달러나 예비전력 200만∼300만㎾, ‘경계’는 유가 130∼150달러나 예비전력 100만∼200만㎾, ‘심각’은 유가 150달러 이상이나 예비전력 100만㎾ 미만인 상황이 5일 이상 계속될 때 설정된다.
한편 이날 청와대 핵심 참모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유가 인하 대책은 유류 가격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므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유가가 계속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이와 별개로 소비자 유가 인하 대책을 정부의 근본 기조로 유지할 것이란 의미”라며 “물가와 직결된 유가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국제유가 폭등이 국내유가에 반영돼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고, 정부의 유가 인하 의지가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리비아사태 등 여러 일들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변화의 과정”이라며 “유가 등을 걱정하는데 매번 흔들리지 말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혁·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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