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오래된 이야기인데 워싱턴 교포사회에서 감옥에 있는 한인 엄마를 위해 교회단체를 비롯해 서명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당시 10대 청소년이었던 아들이 응접실에서 전화를 3시간씩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가 전화를 좀 그만 끓으라고 하니까 무시하고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는 아들한테 화가 너무 나니까 마침 탁자에 있었던 재떨이를 아들한테 던졌는데 맞지는 안 했지만 엄마와 싸우던 중 아들이 그만 경찰을 불렀다고.
그런데 영어도 불충분한 엄마가 그 일로 가해자가 되어 감옥에 즉결로 넘겨져 3개월째 감옥에 갇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연을 전해 들은 교포 사회에서는 각 교회로부터 시작해 재판에 정상 참작할 서명운동을 시작해 1000명 이상이 참가 했었고 그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어 그 엄마를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 반대의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일단 미국은 18살 이후는 부모가 자식을 책임을 안 져도 되는 나이로 쳐주고 21살이 되면 술과 담배를 맘대로 살수 있는 나이로 인정 해준다.
이번에 딸을 고소하게된 부모는 오죽이 답답 했었으면 최후의 선택으로 딸을 고소 했을까? 나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 딸은 18살이 넘었는데 남자친구를 만나더니 단 4개월 만에 다니던 좋은 학교도 다 때려 치우고 부모도 버리고 오래된 친구들도 버리고 남자친구가 이사를 가는 미시건 주로 따라서 떠나 버렸다.
엄마가 후회할게 될 것이라고 아무리 말려도 딸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것까지는 이제 18살 넘은 딸의 인생이니까 간섭할 수 없었다 치고 그런데 같이 갔던 남자친구가 6개월만에 헤어지자고 하면서 그 딸을 버렸다. 그러니 친척도 친구도 없고 남자친구 하나만 믿고 갔던 낯선 주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딸이 다시 갈 때가 없으니까 엄마 집으로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딸은 임신 4개월째였다. 참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식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자식이 갈데가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후, 다행인인지 불행인지 날이면 날마다 엄마와 싸우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딸의 임신은 유산이 되었다.
미국 말에는 '터프러브' 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는 호랑이가 제 자식을 길들이기 위해서 낭떨어지에서 자식을 밀어 떨어트린다는 정도의 '강한 사랑' 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자식을 위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나가서 좀 철들고 오라고 내쫒는 것이다.
집에 그냥 놀고먹고 있으라고 내버려 두면 애가 배우질 못하니 터프러브 방법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딸은 실수를 하고 집에 기어들어 왔으면 다시 직장을 잡아 제대로 살 생각을 해야되는데 직장을 구할 생각도 안 하고 그렇다고 대학교를 편입할 생각도 없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이면 마리화나를 구해 집에서 피우고 잔소리 한다고 부모한테 욕하고 집어 던지고….
이렇게 말을 듣지 않고 컨트롤하기 힘들어져 그렇게 말을 듣지않으려면 집을 나가라고 하니까 집을 나가면 노숙자 밖에 될 수 없다고 하면서 나가지도 않고,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엄마가 딸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터프러브'로 집에서 끌어 내려고 경찰에 딸을 고소한 것이다.
물론 부모가 갈때도 없는 걸 뻔히 알면서 자식을 고소 한다는 것은 오죽하면 그랬을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 나는데 한국하고는 문화의 차이라서 그런지 자기 힘으로 가르칠 수 없고 쫓아내도 나가지 않고 도대체 길이 안 보이면 마지막 선택으로 자식을 내쫓기 위해 고소를 해서 법에 호소를 하는데 이런 부모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식을 철들게 하려는 부모에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청소년법정에는 법정에 소속돼 있는 카운 슬러가 있다. 어떤 부모든 자식 이름 앞에 빨간 레코드가 붙질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 나이가 18살 미만이면 고소를 해도 이름 앞에 레코드가 남지 않아
다행이지만 18살 이후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웬만하면 일단 고소는 했어도 카운슬러가 부모와 자식 사이를 잘 중재해서 마무리를 지어주고 돌려보내는 일이 더 많다. 그 대신 자식이 집에 있으려면 직장도 잡고 자기 할일을 하겠다는 각서에 사인 해야 하고 아니면 언제까지 직장을 잡아 집을 나가 겠다던지, 그렇게 마무리를 지어 주고 되도록이면 그 선에서 고소를 취소하게 하고 판사 앞에 까지는 안 가게 한다.
이번에 딸 고소 케이스가 어떻게될지 나도 궁금 해지는데, 방 청소 좀 하라고 잔소리 하는 아버지한테 스파케티 접시를 던져서 아버지가 아들을 고소 했다는 걸 뉴스에서 보기는 했지만 자식들이 머리가 커진 후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상관하지 말라고 하는 둥, 아직 정신이 영글지도 않은 상태에서 뭐든 맘대로 하려고 하는 자식들을 볼 때 부모들은 기가 막히다 못해 맥이 빠지고 그리고 남의 자식들 문제를 보면은 답이 보이는데 내 자식은 답이 안 보일때가 많아서 이 지구상에 자식문제로 한번쯤 속을 썩지 않는 부모는 드물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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