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단속 강화하면 첨단장비 개발로 대응" "북한의 지나친 검열 대응책으로 '스텔스 USB'를 개발했듯이 저들의 단속이 강화될수록 우리의 첨단장비 개발 수준도 높아질 것입니다."
북한 이탈 주민 중 '컴퓨터 귀재' '맥가이버' 등으로 불리는 IT 전문가를 비롯해 탈북 지식인들이 모여 만든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를 이끄는 김흥광(51. 전 북한 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탈북 지식인들은 북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개방을 촉진하고 기아 위기에서 무고한 인민들을 구하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의기투합해 1년간 땀흘린 끝에 지난해 2월 '스텔스 USB'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스텔스 전폭기처럼 적의 '레이더망'(세관망)을 무사 통과하도록 제작된 '스텔스 USB'는 근 1년 동안 수백개가 북한에 꾸준히 반입돼 주민들 사이에 인기리에 널리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재북 통신원이나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함흥 출신인 김 대표는 함흥 소재 컴퓨터기술대 교수를 거쳐 공산대학교 컴퓨터강좌장(학과장격)으로 재직하던 2004년 홀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으며, 이듬해 아내와 외동딸도 같은 경로로 한국으로 왔다.
입국 후 탈북자후원연합회 등지에서 활동한 김 대표는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려면 고등교육 수료자들이 앞장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지인들을 규합해 2008년 12월 560여명의 고급인재 산실인 NK지식인연대를 출범시켰다.
회원 가운데 수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전공자 250여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스텔스 USB'를 이제야 공개하게 된 이유는.
▲북한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려면 적어도 수백개의 USB(컴퓨터 보조기억장치)나 CD, DVD 등 영상물 자료가 무사히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북한내 통신원들이나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통해 우리가 보낸 '선물'들이 다행히 주민들 사이에 인기리에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해 작년 말 정부에 보고했고, 북한이 얼마 전부터 이를 탐지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외부에 알리게 됐다.
--북한에 USB를 들여보낸 주요 통로는.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북한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다른 방법 등 두 가지다.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는 세관 검색시 '데이터 제로'를 뜻하는 '0 byte'로 표시됐다가 설정해 놓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콘텐츠가 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램화한 장치를 제공해 스텔스 폭격기처럼 레이더망(세관망)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북한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한층 새로운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다.
--스텔스 USB에 담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면.
▲그동안 대북 활동가들이 인쇄물을 통해 많이 전했던 김정일 체제 타도 등의 내용보다는 우리가 한국에 와서 향유하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에 대한 가치 등의 자료와 함께 한류 드라마 같은 연예물이다. 현지 통신원들에 따르면 우리가 제작한 민주주의 등에 대한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내용이 평양에서 상당히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USB에 대한 수요가 아주 높다. 컴퓨터가 많이 보급된 상황에서 집에 컴퓨터가 없어도 빌려주는 곳이 있어서 중학생들도 USB를 구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북한이 USB의 유통을 어떻게 단속하고 있나.
▲작년 1월부터 '상무 130'이라는 특별단속조를 가동해 색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단속이나 적발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나오면 나올수록 이를 뛰어넘는 우리의 기술개발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 바람이 중국에까지 불어닥쳤는데 북한에 파급될 가능성은.
▲아프리카나 중동에서의 시민혁명 불길은 북한이 차단하기 쉽겠지만, 중국에서 특히 국경도시에서까지 대중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다면 북한으로 확산이 불가피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 km의 국경을 둔 상황이어서 민주변혁 과정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을 수시로 넘나드는 조선족, 화교, 개인여행자, 친척 방문객, 베이징 등지의 유학생, 정부 관리 등에게 주는 충격파도 크고, 이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것을 북한 당국이 어떻게 다 막겠는가.
--중국발 재스민 혁명 바람이 파급된다면 북한에서도 시위 등 대중운동이 일어날 수 있나.
▲북한주민들의 사회성이나 민주주의 교육, 인식 수준 등을 고려해볼 때 일반 대중이 이집트, 리비아 등처럼 정권퇴진 운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스텔스 USB의 개발 목표 중 하나가 북한 인민들에게 민주주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란 점에서 이번 재스민 혁명 과정과 특히 군부가 시민과 동조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한 영상물을 계속 보낼 것이다.
--시위가 발생한다면 북한군의 대응방식은 정권의 명령을 거부한 이집트, 리비아군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다. 북한군은 90년대만 해도 상부의 대민 발포 지시를 충실히 따랐겠지만, 지금은 과거와 크게 달라져 향후 군부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입국한 북한 제대 군인이나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에는 군인 대부분이 '노동당의 아들·딸'임을 자랑했으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일반 군인은 자신을 시장에서 간신히 먹을 것을 구해 먹으며 자랐다는 뜻에서 '시장(장마당)의 아들·딸'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군복무중 당에 충성하고 제대 후 입당하겠다는 군인들보다는 무사히 제대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부모를 돌보겠다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며 시위를 벌이는 인민들에게 어떻게 총구를 들이대겠는가. 이런 점에서 중·하급 장교들이 상관들의 발포 지시에 불복하거나 반기를 든다면 일반군인들은 직속상관의 명령을 따를 것으로 본다.
--NK지식인연대가 북한소식을 재빨리 남한사회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왔는데 현지 통신원들의 정보 수준은 어느 정도 신뢰하나.
▲거의 매일 국경지대나 다른 지역에 있는 통신원들과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다른 통신수단, 인편을 이용한 정보 전달 등의 방식으로 북한의 바닥부터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있는 정보까지를 수집한다. 매달 10여건의 고급정보를 얻고 있지만 신뢰도를 높이려고 대북열린방송과 MOU(양해각서)를 맺어 상호 입수한 정보를 크로스 체크해 이 중 2∼3건만 선별해 내보낸다.
--최근 '아버지는 3대 세습 불원했다'는 김정남 발언들을 평가한다면.
▲두 가지로 본다. 큰아들로서 자유롭게 속내를 비칠 수 있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후계자인 동생 정은을 돕겠다는, 즉 '왕자의 난'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기 위해 계산됐거나 평양과 교감된 발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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