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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색 크레파스 선물받은 도단이 잃어버린 빨간색 찾아 나서는데…

입력 : 2011-02-11 20:52:17 수정 : 2011-02-11 20: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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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꽃색깔 못 칠하자 사과·원숭이에 도와달라 요청
순수하고 해맑은 동심 담아내
최인호 지음/최은미 그림/처음주니어/1만원
빨간색은 어디에 있을까/최인호 지음/최은미 그림/처음주니어/1만원


우리는 가까이 있는 존재들의 귀중함을 잘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늘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의 소중함부터 태양·물·공기·풀·나무 등 자연의 고마움, 그리고 수저·종이·연필 등 생활용품들의 귀중함도 평소엔 잘 모르고 산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단 하루라도 없으면 불편해서 난리가 난다. 올해처럼 유난히 추웠던 겨울날 전기 공급이 중단되거나 가스 공급이 막혔을 때를 생각해보라.

중견 소설가 최인호씨가 순수하고 해맑은 동심을 담아낸 그림책 ‘빨간색은 어디에 있을까’를 펴냈다. 따뜻하고 선명한 색감의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그림책은 꿈에 그리던 열두 색 크레파스를 선물로 받은 주인공 도단이가 그림을 그리다 잃어버린 빨간색 크레파스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도단이는 다섯 번째 생일날 엄마한테 크레파스 한 통을 선물로 받는다. 크레파스 통에는 하양, 노랑, 분홍, 주황, 빨강, 연두, 초록, 하늘색, 남색, 보라, 파랑, 검정 등 열두 색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도단이는 이제 그것으로 푸른 하늘도, 흰 구름도, 붉은 사과 등 모두 그릴 수 있었다. 크레파스 통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도단이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들판으로 나갔다. 그곳의 바람은 살랑살랑,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도단이는 하이얀 스케치북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푸른 들판과 들판 너머 기웃거리는 바다,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파란 하늘, 그리고 벙글벙글 웃고 있는 해님을 그리기 시작했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에 웬일인가. 꽃을 붉게 물들이려던 도단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크레파스 통에 빨간색이 없었다. 아마도 들판으로 가는 동안, 빨간색 크레파스가 통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 도망가 버린 모양이었다. 도단이는 들판과 풀숲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도단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빨간색을 찾아 과수원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도단이는 눈부시게 붉은빛으로 익은 사과에게 말했다.

“사과야, 미안하지만 네 몸에 있는 빨간색 좀 빌려 줄래?”

“안 돼.”

사과는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빨간색으로 익어야만 사람들이 좋아해. 만약 빨간색을 빌려주고 나면, 사람들은 나를 거들떠도 안 볼 거야. 미안해.”

도단이는 이번엔 동물원으로 달려가 원숭이에게 물었다.

“원숭아, 네 엉덩이에서 빨간색을 조금만 빌려 줄래?”

원숭이는 “안 돼. 살점을 떼어 주는 게 얼마나 아픈지 너는 알기나 하니?” 하며 깔깔깔 배꼽을 쥐고 웃었다.

도단이는 저녁놀에게도, 빨간 신호등에게도 빨간색을 좀 빌려줄 수 없느냐고 했다가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체념한 도단이는 그만 집으로 가기로 했다. 마침 날씨마저 궂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왔다. 도단이는 이제 그 아름다운 그림을 다 마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비가 멎더니 맑은 하늘에 예쁜 무지개가 떠올랐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 일곱 가지 예쁜 빛깔로 테를 두른 무지개였다. 도단이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무지개님, 빨간색 좀 빌려주시지 않을래요?”

무지개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요,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도단이는 무지개의 빨간색을 한 조각 떼어 아직 다 그리지 못한, 들판에 수북이 핀 빨간 꽃들을 모두 그릴 수 있었다. 도단이가 그린 그림은 지금도 도단이 방에 걸려 있다. 그 어떤 그림보다도 멋있는 그림이다. 밤마다 그 그림에서는 무지개가 떠오른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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