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콘보이쇼-아톰(ATOM)’은 버라이어티 뮤지컬이라는 화려한 형식으로 성장통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래서 관람 시 꼭 갖춰야 할 것은 편안한 마음이다. 극은 짐짓 ‘진지함에 대한 강박’을 취하지만 여기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극의 진짜 매력을 놓치게 된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춤과 여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만으로도 ‘콘보이쇼’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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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보이쇼-아톰’의 엔딩 장면. |
공연 횟수가 많은 만큼 무려 28편의 조금씩 다른 버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 한국에 소개된 것은 ‘아톰’이라는 부제의 이야기다. 아톰은 한국에도 친숙한 만화 캐릭터. 극에서는 동심과 이상(理想)의 상징이다.
극 사이에 휴식 시간은 없지만 전·후반이 내용과 형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초반은 잔잔한 드라마다. 6명의 젊은이가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철학적 대사를 펼친다. 여기에 ‘사리’라는 이방인이 끼어들며 “나도 모임에 끼워달라”며 균열을 일으킨다.
이 다음부터가 7명의 배우들이 개인기를 마음껏 발휘하는 하이라이트. 발레, 재즈댄스, 마임, 탭댄스, 타악 등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가요와 화천의 ‘콩나물의 항변’, 박영실의 ‘춤을 추고 싶다’ 등 시에 맞춰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코믹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개인기도 상당하지만 7명이 함께 펼치는 군무는 일정 시간 이상의 연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공연은 2006년 때보다 현지화를 꾀했다. 엔딩곡을 일본그룹 ‘안전지대’의 보컬 카마키 코지가 한국어로 새로 부르고, 이 밖에도 한국 음악과 시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럼에도, 과장된 리액션이나 강요된 감동 등 언뜻 드러나는 일본 문화 코드에 대해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듯하다. 2월27일까지.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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