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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항, 김치폭탄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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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26 10:57:03 수정 : 2011-01-26 1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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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김치하면 독일에 사는 내게는 할 말이 많고 교포 선배들은 많은 애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좋아하지 않기에 거부당하는 강한 냄새 때문이지만, 이제는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이들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축제의 마당에 늘어선 포장마차에 마늘로 장식된 것이 눈에 띄기도 하고 마늘이 들어 간 소스를 은근히 홍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늘을 즐겨 먹지 않는 이들은 아직도 이방인의 음식으로 느낀다.

마인강변의 마을, Miltenberg의 축제 때 양념도 파는 포장마차의 마늘

60년대 70년대로 거슬러 가보면, 독일 감독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광산의 막장에선 한국 광부들의 비상대책 회의가 열렸다. 숙의 끝에 얻은 결론은 전화기의 송화기에 마늘을 이겨 놓는 것이었고 작은 지하 막장 사무실의 온 벽에다 마늘을 발라 놓는 것으로 잔소리꾼 독일 감독의 잦은 진입을 막기도 하였단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구입한 마늘이 꽃으로 장신된 다발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한국을 다녀 올 때면 대체적으로 보따리 보따리가 많다. 그 중엔 김치도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과거에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던 때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지 잠시 다녀가는 여행객들 조차 가방 안에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어느 여행객은 뜨거운 여름 날, 포장 김치를 가지고 왔다가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고 말았다. 느글거리는 음식을 먹고 얼마나 급했던지 여행기간 내내 잘 숙성되어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포장 김치를 칼로 ‘푹!’ 찌르는 순간, 호텔의 온 방이 적어도 우리에겐 향수 가득한 냄새와 김치의 파편으로 범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뿔싸! 독일인들처럼 서두르지 않았다면….

얼마 전의 일이다. 이곳에 한 주재원 가족이 있다. 그 가정의 당찬 아줌마 한 분이 한국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친정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이 얼마나 지극하였는지, 그야말로 힘에 겨울정도로 보따리 보따리를 들고 오다가 공항의 세관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김치’라고 누차 설명하였지만, 문제는 김치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의심스러워서인지, 그들이 그 보따리의 내용물을 확인 한 것에 있다. 대단한 한국 아줌마는 주눅덜기는커녕 한국말로 투덜거리며 짜증스럽게 겹겹이 쌓여진 보따리 하나를 겨우 풀었다. 그 순간 혹시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한 체 모여 들었던 여 일곱 명의 세관원들은 코를 잡고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한국 김치폭탄의 위력을, 그리고 한국 아줌마의 힘을 일찍이 알지 못했던가 보다. 새로 싸는데 도움을 주지 않고 도망 가 버린 그들이 야속한, 당찬 아줌마는 또 한 번 그들에게 강한 불만을 표하며, (물론 한국어로) 이미 잘라져 버린 끈으로 풀어진 김치 보따리를 추슬렀다. 어쩌면 김치폭탄 덕분에 김치보다 더 강한 폭탄 보따리들은 검문조차 당하지 않은채 유유히 세관을 빠져 나왔다.

교포선배의 조언에 따라 마늘 냄새 때문에 김치조차 마음대로 담아 먹지 못했던 처음의 독일 생활을 생각하면 된장까지 끓어 먹는 지금은 적어도 먹거리로부터는 해방되었다. 결국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결코 틀린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문화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가 고약하게 느끼는 이들의 노린내를 인정해야하고 우리 역시 마늘 냄새에 대해서도 당당해야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약간의 배려는 기꺼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아줌마의 힘도 대단하지만, 김치폭탄의 위력 또한 엄청남을 실감한다. 이처럼 우리 한국의 위상, 또한 대단한 날이 멀지 않았으리라 기대한다. 그러기에 이방인의 서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며 2011년의 정월에도 용기를 내어 내일로 향한다.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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