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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중국 ‘호랑이 엄마의 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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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23 19:46:02 수정 : 2011-01-23 1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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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추아 자녀교육법 싸고 논란
사회 나가면 맥못추는 韓·中의 엄친아
지난주 내내 중국의 붉은 물결이 미국을 송두리째 삼켰다. 미국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워싱턴 DC, 시카고 등을 방문할 때 마치 다른 행성의 대표가 나타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 와중에 후진타오 못지않게 미국을 강타한 중국계 여인이 등장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식의 엄격한 자녀 교육 방식을 소개한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내용을 처음으로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는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붙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NBC, CNN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추아 교수 인터뷰 경쟁을 벌였다.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부룩스는 ‘추아는 겁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미국에서는 지금 이 책 때문에 자녀 교육 논쟁이 한창이다.

이 책은 10대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추아 교수가 동양 스타일의 지독한 자녀 교육 방식을 소개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놀이 친구와는 사귀지 못하게 하고, 주말에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파티를 금하며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도 절대 하지 못하게 한다. 그 대신 학교 성적은 전 과목 A를 받도록 하고, 공부하는 시간 이외에는 음악 과외 수업을 몇 시간씩 받게 한다. 과외 활동은 취미 생활이 아니라 또 다른 성취 대상이다. 그러니 전문가 수준의 뛰어난 실력을 쌓도록 무자비하게 연마를 시킨다. 혹시 A를 받지 못했거나 연주 실력이 늘지 않으면 ‘쓰레기’ ‘바보 멍청이’ 등으로 자녀를 학대하면서 정신 교육을 시킨다. 이런 엄격한 자녀 교육이 서양 엄마들의 자녀 자존심 살려주기 방식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게 추아 교수의 결론이다.

미국 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은 대체로 추아 교수에게 신랄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추아 교수의 자녀가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며 그들이 행복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자녀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엄마에게 별 불만이 없다’고 그 엄마에 그 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추아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상의 엄마를 ‘중국 엄마’와 ‘서양 엄마’로 나눌 때 중국 엄마 범주에는 한국, 인도, 자메이카, 아일랜드, 가나 엄마가 포함된다고 했다. 또 추아 교수의 딸 중 한 명이 수학 경시 대회에서 2등을 했다. 1등은 한국 아이가 차지했다. 추아 교수는 딸에게 한국 아이를 앞지를 때까지 하룻밤에 2000개의 수학 문제를 풀도록 했다고 한다. 추아 교수가 한국 엄마를 중국 엄마와 동일한 범주에 넣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엄마들이 엄친아, 엄친딸 신드롬에 빠져 있지 않은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한국 엄마들이 추아 교수 흉내를 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국과 중국 엄마는 성적을 최우선시하는 부모 주도형 교육을 신봉한다. 서양 엄마는 독립심과 자립심을 중시하는 자녀 주도형 교육을 강조한다. 한국과 중국 엄마 교육이 서양 엄마 교육보다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는 미국 대학들은 아시안 학생 숫자를 줄이려고 골치를 썩이고 있다. 참다 못한 일부 서양 엄마들이 한국과 중국 엄마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시안이 백인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면 그것은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할 때까지이다. 그 이후 사회에 진출하면 아시안이 맥없이 뒤처지기 시작한다. 물론 백인 중심의 미국과 국제 사회에 유형, 무형의 인종 차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성적뿐 아니라 독립심, 창의력, 네트워크, 리더십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분야에서 아시안이 백인에게 확실히 밀린다. 아시안은 실력이 있어도 실적이 떨어진다. 한국과 중국 엄마가 명문대 입학을 자녀 교육 성공의 지표로 삼으면 학교 밖에서 백인 엄마를 이길 수 없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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