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 학자로서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그의 존재감은 정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정치·국정 현안에 대한 그의 견해는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통해, 또 전파를 타고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정치인으로 나서라”는 권유, “언제 정치 입문할 거냐”는 질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21일에도 그는 이명박(MB)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것이 ‘법치’의 핵심 정신인데,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법을 무기로 시민을 통치한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나 법학자로서 이 문제에 아주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3년에 대해서도 “강남과 부자, 특정 대학교와 특정 고교, 특정 교회, 이런 쪽을 중심으로 특정 그룹의 집단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정책을 편 정권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방송 후 세계일보와 진행된 20여분간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MB정부 비판은 이어졌다. 우선 대북 정책에 대해 “MB의 대북관은 아주 나이브(순진)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란 악마와도 협상해서 얻을 것은 얻어야 하는데, MB는 북한 붕괴만을 생각하면서 협상의 지렛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체제가 쉽게 붕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선 “큰 방향에서 옳다. 국민소득 1만8000∼2만달러 이상이 되면 어느 나라나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나 “증세를 주장하게 되면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현 세금구조 안에서 세원을 철저히 파악해 징수하고 용처를 재조정하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급한 복지정책부터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에 대해선 “주민투표 사안이 아니다. 대권 행보를 위해 시정을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처럼 ‘정치적 활동’에 거침이 없지만 ‘정치입문’에 대해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과 정치인이 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를 하기 위한 심신의 결기와 근육이 취약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건) 교수로서, 또 인간의 도리도 아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학자로서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그럼 정치활동에 나서는 이유가 뭔가요.
“시민정치운동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한 ‘무브온’ 같은 시민정치운동을 하고 싶은 거죠.”
―스스로 오바마로 나서면 되지 않나요.
“하하하. 오바마 될 생각 없습니다.”
그러나 이날 조 교수 후배인 한 변호사는 “그래도 여지는 남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젠가 “법대 후배들 중심으로 조국 대통령 만들기 흐름이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조 교수는 트위터에 올린 자기 소개 글에서 “학문과 ‘앙가주망(현실참여)’은 나의 운명”이라고 썼다.
류순열·김형구 기자 ryo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