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이병로 수석 부장판사)는 29일 내부 비리를 고발했다가 학생 인권침해 의혹 등으로 해직된 서강대 교수 4명이 낸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에 대해 “대학 측은 이들의 교수 지위를 임시로 인정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들 교수가 별도로 낸 ‘파면·해임 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이 선고될 때까지 서강대 측이 이들에게 월 700만원씩을 지급하고 교원 업무 수행을 방해하지 말도록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교수들이 학생을 협박하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증명할 자료가 없고, 동료 교수의 연구비 횡령 등을 외부에 공표한 것이 해교(害校)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학이 제시한 징계 사유 12개 중 2개(말다툼하다 교원을 밀치고 무단 국외여행을 한 점)가 인정되나 해당 경위 등을 볼 때 파면·해임 징계는 균형을 잃은 과분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위보전 조건으로 해당 교수들이 대학 측에 담보로 각자 5000만원을 공탁하도록 했다.
세계일보 12월 29일자 기사
세계일보 12월 29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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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치권과 법조계에 불법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2008년 서울 제기동 제기성당에서 열린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 삼성 특검 수사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간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내부고발자들이 있었다. 가깝게는 한화그룹과 태광산업을 검찰이 조사하게 만든 회사 내부인과 삼성 비자금 조성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멀게는 1990년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다 소유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중단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이 있다. 1992년 선거에서 여당의 비리를 폭로했던 이지문 중위 등 주로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비리를 고발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자를 지켜주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비리 폭로에 대해 조직은 예외없이 방어적·보복적 대응을 한다. 내부고발자들 대다수가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배척받을 뿐 아니라 공공연하게 살해 위협을 받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사회 인식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은 양면성을 지닌다. 하나는 ‘투명·공정사회의 파수꾼’, 다른 하나는 ‘배신자’.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역사상 크고 은밀한 부정·비리·부패 대부분을 밝혀냈다는 측면에선 전자의 평가를 받지만 ‘오죽 의리 없고 냉정하면 동료·상사·직장을 고발하겠느냐’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보는 시선은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내부고발자에게 가해지는 비난이나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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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천 비상에듀 논술강사 |
건전한 사회, 투명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들이 두려움 없이 부정부패에 대해 고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소사회 이익보다는 국가 등 사회 전체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고발행위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을 통해 부패행위 제보자의 범죄가 드러난 경우 그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 규정을 공공기관의 징계처분에 준용한다고 명문화하는 등 공공기관의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위계질서가 철저한 한국 사회에서 행해질 인사상의 불이익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그 법적 한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법적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잠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안’
지난해 2월 정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제출한 사기업 내 공정거래 위반행위 신고자 보호 및 포상금 지급 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공익 제보자에 대한 유·무형의 탄압을 막아 내부고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 법과 제도 못지않게 시급히 바꿔야 할 것이 우리 사회의 정서다. 내부고발자를 ‘고자질쟁이’ 취급하고, 그들의 정의·용기·양심을 결벽·무례·배신으로 치부하는 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정천 비상에듀 논술강사
■ 더 생각해 볼 문제
1. 내부고발자는 조직의 배신자인가, 정의사회 파수꾼인가.
2.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3. 최근 미국의 비공개 비밀문서를 폭로하고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의 폭로를 내부고발로 볼 수 있을까.
1. 내부고발자는 조직의 배신자인가, 정의사회 파수꾼인가.
2.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3. 최근 미국의 비공개 비밀문서를 폭로하고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의 폭로를 내부고발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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