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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차례 도전 끝에 마침내 운전면허증을 따내 ‘959전 960기 신화’를 쓴 차사순(70) 할머니의 ‘유쾌한 도전’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2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자택에서 만난 차씨는 “나이 먹은 나도 학원 댕기며(다니면서) 배우고 시험도 합격했는디 젊은 사람들이 뭣이든 배워 일해야제.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니제”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요즘 젊은이들이 영 미덥지 못한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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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차사순씨가 집 부근에 주차해 둔 기자의 차량 운전석에 앉아 ‘959전 960기’ 만에 거머쥔 운전면허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
차 할머니의 ‘보물 1호’가 된 승용차는 이날 보이지 않았다. “차를 어디 둘 데다 없어 길가에다 세워뒀는디 요새 날 춥고 눈도 많이 오고 누가 기름이라도 빼가믄 어쩐다냐 해서 전주 사는 아들한테 잠깐 맡겨뒀당게. 근디 참 (차가) 보고잡네잉. 며칠 차를 안 탔더니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혀.”
젊은이들 뭣이든 배워 일해야
그는 차를 선물 받고 운전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꿈에도 그리던 면허증을 따고 고맙게도 차까지 생기니까 매겁시(아무 이유없이) 돌아다니고 싶더랑게. 혼자 조심조심 운전하고 댕겼는데 좋드라고. 진안 마이산에도 가보려고 했는디 어문 데(다른 곳)로 빠져 못 갔제”라고 수줍게 웃었다.
차 할머니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한 건 오래전 남편 사별, 자녀 출가 후 적적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웠고 운전을 배워두면 쓸 곳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는 “호박이나 상추, 고추 등을 전주 시장까지 내다 파는데, 막 힘이 부칠 때 면허증을 따고 차가 생겼다”며 싱글벙글했다. “500만원 넘게 든 면허시험 인지대가 아깝지 않다”는 말이 이해됐다.
끝없는 도전정신 美서도 귀감
차 할머니는 미국 유력 일간지가 미국인들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인물로 자신을 꼽았다고 일러 주자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해 11월25일자 ‘960번(960 Times)’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할머니 사진까지 싣고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가르치고 싶다면 차 할머니의 사진을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라. 아이들이 누군지 물어보면 960번의 실패 끝에 운전면허를 따낸 올해 69세 된 대한민국 할머니라고 말해주라”며 “이 할머니는 도전을 즐긴다”고 전했다.
차 할머니는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귀감 될 만한 사람이냐”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완주=글·사진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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