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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당신은 나의 멋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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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30 11:21:59 수정 : 2010-12-30 11: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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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총사가 넓은 어깨를 위 아래로 들썩이며 '하~하하' 웃어재낀다. 이를 본 관객은 그 포즈가 과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은근히 전염성 강한 그 포즈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함께 웃는다. 객석은 웃음바다다. 뮤지컬 [삼총사](음악감독 이성준, 연출 왕용범)의 한 장면이다.

이 네명의 남자는 칼싸움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칼끝을 마주한 채 ‘우리는 하나!’라는 말로 정의를 부르짖는다. 검으로 총알도 튕겨낸다는 전설적인 검객 역시 등장한다. 검술에 대한 로망,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남’에 환호하는 남성관객들의 마음을 훔칠만한 장면이다. 시골출신으로 어리버리할 뿐 아니라 남성보다는 소년의 느낌이 강한 달타냥은  ‘천진난만한 소년’에 열광하는 여심에 미끼를 던진다.

 

극 후반 ‘정의’를 위해 잠시 뒷전에 두었던 ‘사랑’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전설의 검객 아토스는 막내 달타낭의 칼 각도가 어긋난 걸 세심하게 고쳐준 후 영화처럼 사라진다. 뮤지컬 [삼총사]는 정의, 사랑, 우정 여기에 천진난만함이 가미 돼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뮤지컬 [삼총사]는 프랑스의 작가 뒤마의 소설이 원작.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김무열, 엄기준, 규현, 제이)과 왕실의 총사 아토스(유준상,서범석), 포르토스(김진수,김법래), 아라미스(민영기,최수형) 세 사람이 루이 13세를 둘러싸고 프랑스 왕실의 최고 권력자 추기경(조순창, 이정열)이 꾸미는 음모를 밝혀내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려낸 유럽 정통 뮤지컬이다. 달타냥과 사랑에 빠진 콘스탄스를 구해내기 위한 추격신 역시 극에 양념을 더한다.

 

[삼총사]는 뮤지컬로 오면서 주인공 달타냥이란 인물에만 비중을 두지 않고  ‘삼총사’(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에도 비중을 늘려 사총사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영화 '아이언 마스크'에서 접했던 철가면 에피소드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삼총사’의 OST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아담스의 ‘All For Love’역시 넘버에 들어있어 보다 친숙하다. 

[삼총사]는 재미있는 뮤지컬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잘생긴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이야기한다 해도 극적 재미가 없으면 관객들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왕용범 연출은 그 지점을 잘 파악한 듯 보인다. 정색을 하고 원작 그대로 보여주다 보면  관객은 '비싼 표 값이 잠시 마음에 걸려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편한 대극장 등받침대에 목을 기댄 채 잠 속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삼총사]는 이런 고비가 없다. 관객들이 조금 좀이 쑤시다 싶은 타임이 되면 배우들이 무대 막을 뚫고 나온다. 달타냥의 탄탄한 복근, 이와 대비되는 포르토스의 복근 감상 시간, 관객과의 찐한 스킨 쉽 시간, 소수의 관객에게 먹을 것까지 전달해주는 예의를 내보이며 관객을 끌어안는다.

[삼총사]는 뮤지컬의 기본인 가창력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의 바람도 극 속에 끼어놓았다. 로맨티스트 아라미스(민영기)부르는 1막 후반 '오페라' 장면이 그러하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삼총사'를 예매하는 관객 역시 많다. 상업적 뮤지컬이라고 쉽게 폄하하는 사람들의 목덜미를 잡아끄는 대목이다. 아라미스 외에도 달타냥과 사랑에 빠지는 콘스탄스(김아선)와 미모의 여간첩이자 아토스의 첫사랑 밀라디(서지영)의 폭발하는 성량 역시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사총사가 시종일관 외치는 '우리는 하나'가 마법을 부린 탓일까? 극이 끝나면 관객은 하나가 되어 [삼총사]에 환호를 보낸다. ‘삼총사 아니 사총사 당신은 나의 멋진 기사입니다’라고 입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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