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부르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계기로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이다. 북한이 무력 위협에 기댄 벼랑 끝 전술을 펼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상황을 볼 때 일순간에 전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 올 초 천안함 사태를 시작으로 지난달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 또다시 보복 타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크로닌 소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요격 시도가 북한의 앙갚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대화보다는 무력 충돌로 얻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하면 상황은 더욱 위험해진다. 일전에 한 북한 관계자는 “북한은 다리도 부러뜨릴 각오가 돼 있지만, 남한은 새끼 손가락 하나 부러지는 것도 꺼린다”고 말한 바 있다. ‘잃을 게 없다’는 북한의 태도는 한반도 평화와 긴장의 열쇠를 북한이 쥐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보복 경고 등 최근 북한이 보여준 대담함은 이와 무관치 않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정권 변화나 붕괴로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크로닌은 경고했다. 북한의 정권 교체 과정에서 남한이 북한을 점진적으로 흡수하는 ‘소프트랜딩’이나 북한 붕괴에 따른 ‘하드랜딩’으로 통일이 이뤄지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에서의 기득권을 계속 누리기 위해 분단과 갈등을 조장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정권 교체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지지 않고 한반도 갈등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단 얘기다. 크로닌 소장은 또 북한 정권변화로 인한 불확실성과 지도력 부재는 중국과 미국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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