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존 마에다 총장은 “정보 기술의 괴리가 줄고 기술 수준이 평평해 지면서 창조성과 예술성이야말로 기업들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삼성이 모토롤라를 제치고 노키아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 즈음 애플이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며 핸드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이 좋은 예다. 애플이 손잡은 회사는 대만의 HTC사이다. 핸드폰 제조 회사의 순위로 볼 때 한참 뒤에 있는 업체지만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창의력’이라는 말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마치 몇 년 전 혁신이란 말에 머리가 아팠던 기억처럼 말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화두만큼이나 창의력이라는 것도 그 실체가 쉽게 손에 잡히질 않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관련된 연구 중에는 ‘본인이 창의적이라 생각하면 창의적인 사람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창의적이지 않다’라는 결론을 낸 사례가 있다. 본인이 ‘창의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떤 창의적인 대안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분명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렇다면 창의력이란 개인적인 자질과 태도만의 문제일까? 이런 문제를 일찍이 고민했던 학자가 있는데 러시아의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Saulovich Altshuller, 1924~1998)박사다. 그는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특허를 조사한 뒤 창의적인 사고에도 방법이 있으며 이는 교육되고 훈련되고 전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트리즈(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의 러시아어)다.
알츠슐러 박사에 의하면 세상의 위대한 발명들은 대체로 ‘물리적 모순’이나 ‘기술적 모순’을 해결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물리적 모순’은 ‘시간에 의한 분리’ ‘공간에 의한 분리’ ‘전체와 부분에 의한 분리’에 의해서, 기술적인 모순은 40가지 발명원리에 의해서 해결이 가능 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비행기의 바퀴는 뜨고 내릴 때는 필요 하지만 나는 동안은 장애 요인이 된다. ‘바퀴가 필요 하면서도 필요 하지 않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뜨고 내릴 때는 바퀴를 꺼내고 나는 동안은 접어 넣는다는 것이 ‘시간에 의한 분리’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해결책을 얻기 까지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 수십 년이 걸렸다.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분할’ ‘비대칭으로 하기’ ‘반대로 하기’ ‘주기적으로 하기’ 등 40가지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전에 모순 테이블이란 것을 만들어 ‘39가지 표준인자’를 정하고 이들이 충돌할 때 40가지의 원리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는 ‘트리즈 대학’이라는 이름의 기구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기도 하다. 트리즈를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강력한 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리즈를 접하고 있지 못한 다른 조직들은 창의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트리즈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순’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방법이 딱히 없는 창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리즈라는 이름을 건 많은 창의적인 발상들이 실상은 창의적인 발상 이후에 해석을 트리즈의 방법론에 따라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창의적인 생각의 방법론을 다듬어 왔는데 그것이 ‘SCAMPER’이다. ‘SCAMPER’란 Substitute(대체), Combine(결합), Adapt(적용), Magnify or Minify(확대 혹은 축소), Put to other use(다른 용도로 사용), Eliminate(제거), Reverse(거꾸로)의 이니셜이다. 트리즈가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40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이 쓰이는 것은 20여 가지 내외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 실제 핵심적인 것들은 ‘SCAMPER’ 속에도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의력과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수많은 주장들을 종합해 볼 때,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극대화 시키고, 문제의식과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면서 SAMPER의 원리를 꾸준히 적용해 나가는 것 외에 더 이상의 특별한 방법론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본인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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