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눔으로 건강사회 키워야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 ‘가난을 대물림할 수 없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이런 구호를 내걸고 새벽에서 저녁 늦게까지 주말까지 열심히 노력해온 기성세대에게는 우리나라의 성공을 만들어 냈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빠른 속도로 국가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에 자긍심을 느끼며 자랑스런 믿음을 가지기도 하지만 대개 남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몇 개쯤은 가지고 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성공한 CEO들도 조금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콧날이 시큰한 고통의 스토리들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민 중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성공 그리고 자신의 발전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격동의 세월 모진 고생과 남 모를 상처를 입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나는 자긍심을 가진 사람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는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마음은 오묘하기 때문에 매우 복합적이다. 한 개인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소수의 지도자가 끌고 나가는 국가 발전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새로운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지도자는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의욕을 살려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새로운 국가비전, 그리고 위대한 국가비전을 꿈꾸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로받고 싶고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더 따뜻한 정책’ 그리고 ‘더 공정한 사회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는 역사적인 일이 생기고, G20 정상회의 개최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대사가 생기면 국민 모두가 만세삼창을 할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고, 일부는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0년 동안 국가가 눈부신 발전을 했지만 나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은 세상사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다른 사람을 잘 신뢰하지 않고 국가정책도 잘 믿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이런 심리상태를 지닌 사람에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득을 해도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따뜻한 손길, 신뢰할 수 있는 눈빛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위로받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위로의 마음과 손길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여러분, 우리는 기적의 역사를 이룩해 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슬로건만으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연말연시에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와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민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진정한 선진화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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