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밤 청룡영화제가 막을 내리면서 올해의 주요 영화 시상식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3월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해 지난달 대종상영화제 그리고 이달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제까지 유수의 시상식이 치러지며 올해 한해 스크린을 빛낸 주인공들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일련의 영화상 수상자·작과 후보들의 경쟁 구도를 통해 올해 영화를 되짚어본다.
◇ 작품성이냐 상업성이냐
영화 시상식에 있어 작품성과 상업성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지난달 열린 대종상은 이창동 감독의 '시'가 4관왕을 안기며 철저히 작품성에 포커스를 맞춘 모양새다. '시'는 최우수작품상과 시나리오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까지 휩쓸었다.
'시'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얻었지만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 심사에서는 '0'점을 받아 논란을 빚기도 했던 작품이다.
영화 평론가들이 주최하는 '영평상' 또한 단연 흥행보다 작품성을 높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창동 감독의 '시'는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여자연기상(서영희)와 신인감독상(장철수)을 수상했다.
반면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상업성에 무게를 둔 양상을 띈다. 원빈이 주연을 맡은 '아저씨'는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남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비롯해 총 7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간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일반인과 전문 심사위원의 투표를 크게 반영해 주로 상업성이 강한 영화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왔다.
최우수작품상으로 '의형제'에게 트로피를 안긴 청룡영화제는 올해 영화 시상식의 최대 이변이었다. '이끼'의 정재영으로 남우주연상으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송새벽을 제치고 '포화속으로'의 최승현(탑)이 신인남우상을 거머쥐었다. 또 여우주연상에는 '시'의 윤정희와 '심야의 FM'의 수애가 나란히 공동 수상했고, 시상식에서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악마를 보았다'는 촬영상과 조명상, 음악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 원빈이냐 강동원이냐 '행복한 고민'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심을 쏠리는 부문은 단연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부분이다. 올해 영화제의 박빙의 승부는 바로 남우주연상이었다. '절친'인 원빈과 강동원은 올해 가장 뜨거운 대결을 펼쳤다.
상반기 흥행작 '아저씨'의 주인공인 원빈은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영화 '마더'로 성숙한 모습을 과시했던 원빈은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아저씨'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원빈은 '아저씨'에서 총 622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파 주연배우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강동원은 지난해 말 개봉한 '전우치'와 연 초 개봉한 '의형제'로 총 1200만에 육박하는 관객수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초능력자' 또한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세 작품 연속 흥행을 기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동원은 영평상에서, 원빈은 대종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반면 여우주연상은 절대강자 없는 혼전이 펼쳐졌다. '시'의 윤정희는 지난 1994년 '만무방'으로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16년만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다시 잡았고 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신인상은 배우에게 더욱 값진 상이다. 일생에 한번 뿐인 기회를 놓치면 좀처럼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시상식의 핫 스타는 단연 송새벽이다. 영화 '방자전'과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특유의 말투와 맛깔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물 밀듯 쏟아지는 섭외와 다수의 광고 계약 뿐 아니라 대종상에서의 조연상과 영평상,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 웃지 않는 배우들 '뭇매'…박태환에 밀려 '울상'
올해 영화 시상식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지난해 예산부족으로 시상식이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 부활한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여느 때보다 더욱 야심차게 막을 올렸다. 그러나 수영선수 박태환 때문에 체면을 구겨야 했다.
오후 7시 생방송으로 준비된 이 영화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박태환 선수 1500m 결승전 중계에 밀려 밤 10시에 방송됐다. 수상자는 일찌기 발표되고 방송은 뒤늦게 전파를 타는 굴욕을 겪었다.
대종상은 '웃지 않는' 배우들 때문에 뭇매를 맞았다. 대종상 시상식에서 가수들의 축하 공연에 배우들이 무표정했던 것을 두고 네티즌들과 일부 가수들이 맹비난하고 나선 것. 시상식에서 소녀시대가 '오!(Oh!)'와 '훗(Hoot)' 등을 부르며 축하 공연을 펼쳤지만 브라운관에 비친 배우들은 무표정과 무호응 일색이었다.
SG워너비의 이석훈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수 치는 거 어렵나? 음악이 나오는데 어떻게 몸이 가만히 있을 수 있어? 너무하네!"라는 글을 올렸고 가수 싸이는 자신의 미투데이에 "대종상 시상식이 디게 경건하고 고급스러웠나봐요? 모름지기 그런 잔치집에 나같은 놈이 가서 객석 난입 좀 해드려야 하는건데"라고 비꼬기도 했다.
◇ 각 영화제 수상자 명단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자 명단
▲대상 : 윤제균(해운대) ▲작품상 : 국가대표 ▲감독상 : 장훈(의형제) ▲신인감독상 : 이호재(작전) ▲최우수연기상(남) : 하정우(국가대표) ▲최우수연기상(여) : 하지원(내사랑 내곁에) ▲신인연기상(남) : 이민기(해운대) ▲신인연기상(여) : 조안(킹콩을 들다) ▲각본상(시나리오상) : 장민석(의형제) ▲ 남자인기상 : 장근석(이태원 살인사건) ▲ 여자인기상 : 최강희(애자) ▲인스타일상 : 손예진
'제3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수상자 명단
▲최우수 작품상 : 이창동(시) ▲감독상 : 장훈(의형제 ) ▲각본상 : 이창동(시) ▲여자연기자상 : 서영희 수상(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남자연기자상 : 강동원 (의형제) ▲ 촬영상 최영환(전우치) ▲음악상 : 김홍집 수상 ▲기술상 박일현(방자전) ▲여자신인상 : 이민정(백야행) ▲남자신인상 : 송새벽(방자전) ▲신인감독상 : 장철수(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제47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 시 ▲남우주연상 : 원빈(아저씨) ▲여우주연상 : 윤정희(시) ▲남우조연상 : 송새벽(방자전), 김희라(시) ▲여주조연상 : 윤여정(하녀) ▲시나리오상 : 이창동(시) ▲의상상 : 정경희(방자전) ▲미술상 : 조성원(이끼) ▲영상기술상 : 정도안(아저씨) ▲신인 감독상 : 장철수(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신인 남우상 : 정우(바람) ▲신인 여우상 : 이민정(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발전 공로상 : 최은희 ▲한류 인기상 : 최승현(포화속으로) ▲남자 인기상 : 원빈(아저씨) ▲여자 인기상 : 이민정(시나로 연애조작단) ▲해외 특별상 : 압둘하비드 쥬마 ▲대한민국 아름다운 영화인 : 신영균 ▲음악상 : 김준성(맨발의 꿈) ▲음향 기술상 : 오세진, 김석원(이끼) ▲촬영상 : 김성복(이끼) ▲조명상 : 오승철(악마를 보았다) ▲편집상 : 김상법, 김재범(아저씨) ▲감독상 : 강우석(이끼) ▲기획상 : 김준종(맨발의 꿈)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 시 ▲감독상 : 이창동 (시) ▲남우주연상 : 원빈(아저씨) ▲여우주연상 : 서영희 <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 ▲남우조연상 : 유해진 <이끼> ▲여우조연상 : 윤여정 <하녀> ▲신인남우상 : 송새벽 <방자전> ▲신인여우상 : 김새론 <아저씨> ▲신인감독상 : 장철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각본 : 이창동 <시> ▲미술상 : 박일현 <방자전> ▲촬영상 : 이태윤 <아저씨> ▲조명상 : 이철오 <조명상> ▲음악상 : 심현정 <아저씨> ▲편집상 : 김상범 김재범 <아저씨> ▲음향상 : 공태원,조민호 <심야의 FM> ▲시각효과상 : 박정률 <아저씨> ▲공로상 : 신성일
'제31회 청룡영화상'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 의형제 ▲감독상 : 강우석(이끼) ▲남우주연상 : 정재영(이끼) ▲여우주연상 : 윤정희(시), 수애(심야의FM) ▲남우조연상 : 유해진(이끼) ▲여우조연상 : 윤여정(하녀) ▲신인남우상 : 최승현(포화속으로) ▲신인여우상 : 이민정(시라노;연애조작단) ▲신인감독상 : 김광식(내 깡패같은 애인) ▲촬영상 : 이모개(악마를 보았다) ▲조명상 : 오승철(악마를 보았다) ▲기술상 : 박정률(무술, 아저씨) ▲음악상 : 모그(악마를보았다) ▲미술상 : 이하준(하녀) ▲ 각본상 : 김현석(시라노;연애조작단) ▲인기상 : 원빈,손예진,최승현,조여정 ▲한국영화최다관객상 : 아저씨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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