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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입력 : 2010-11-25 22:44:12 수정 : 2010-11-25 2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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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명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YB 밴드의 땀과 눈물 그린 음악 다큐
영상·음악 조화… 한 편의 뮤지컬 보는 듯
정흠문 감독의 영화 ‘나는 나비’는 한국의 록그룹 ‘YB’(윤도현밴드)가 미국 유명 록페스티벌인 ‘반스 워프트 투어(VANS Warped Tour)’에 한국 밴드로는 처음 참여한 여정을 그려낸 음악 다큐멘터리다. 밴드의 땀과 눈물, 꿈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긴 탄탄한 서사와 아름다운 영상, 록음악이 절묘하게 결합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아무리 음치라도 영화 내내 스스로 몸이 들썩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록밴드로 꼽히는 YB는 2009년 8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록페스티벌 반스 워프트 투어에 참가하게 된다. 들뜬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YB는 미국 록 마니아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시애틀의 첫 공연에서 참담함을 맛본다. 그들에게 배정된 무대는 작기만 하고 관객은 고작 10여명을 넘지 못하며 반응도 시원치 않았다.

YB는 이에 길거리 홍보에 나서고, 레퍼토리를 바꾸기도 하며, 장거리 운전에도 작은 모텔방에 모여 새벽까지 그날 연주할 곡을 연습하는 등 변화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때 미국 동부에 사는 이민 2세 소녀 써니는 YB의 미국투어 소식을 듣고 친구 미카야와 함께 멀고도 고된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면서 광대한 대륙의 각양각색 록마니아들에게 한국 록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한 YB의 몸부림과 어린 팬 써니의 여행길이 서서히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영화 ‘나는 나비’는 YB의 성공담이 아닌 좌절담이자 고생담, 분투기이다. 미국 서부 해안의 7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하는 동안 15년 된 밴드의 풍모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도전과 패기를 앞세운,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밴드의 모습일 뿐. 마치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한 애벌레 같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벗어

한번 두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윤도현의 노래 ‘나는 나비’ 중에서)

◇윤도현밴드가 미국의 록페스티벌에 참여한 여정을 뛰어난 영상과 음악으로 잘 그려낸 음악 다큐멘터리 ‘나는 나비’.
다음기획 제공
하지만 영화는 좌절과 눈물을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오히려 더 큰 울림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밴드의 응원을 통해 자신의 공연을 알리는 묘안을 짜내는 등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온갖 몸부림 속에서 음악을 시작하던 때의 초심과 열정, 현재에 대한 가슴 깊은 감사 등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 만약 성공기로 가득 채웠다면 이해는 하더라도 공감으로는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웬만한 극 영화 이상의 감동도 받을 수 있다.

극중에서 YB의 도전은 성공이라고 아름답게 포장할 수 없지만, 실패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은 첫 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알게 됐고, 더욱 중요하게 록의 정신인 초심과 열정, 감사 등을 가슴 속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윤도현의 노래 ‘나는 나비’ 중에서)


영상과 음악의 결합도 상당히 좋다. 록페스티벌과 그 주변의 어지러운 모습, 투어를 참석하거나 YB를 보기 위한 써니의 여정도 잘 담아 거리의 후끈거림 등이 객석에서도 느껴진다. 또 록적인 영상이 이어지는 동안 YB의 열정과 진심을 드러내 보이는 음악은 계속 흘러나온다. 12월2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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