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13대왕 근초고왕은 346∼375년 재위하며 한반도를 넘어 일본과 중국까지 아우르며 백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의 통치기간 중 백제는 위례라 불리던 한강 유역에 터를 잡고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군림하며 세련된 문화를 일궈냈다.
감우성은 이 근초고왕으로 ‘연애시대’ 이후 4년 만에 TV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감우성이 드라마에서 보여줄 근초고왕은 아버지 비류왕의 두 번째 왕후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궁에서 쫓겨나 세상 속에서 떠돌다 역경을 이겨내고 운명처럼 왕이 되는 인물이다. 그는 쫓겨난 뒤 할아버지 흑강공(서인석)을 따라 소금장수를 하며 ‘온 세상 끝까지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살겠다’는 꿈을 꾼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오른팔과 왼팔 복구검(한정수)과 파윤(강성진)이 있다.
부여구는 상인으로 백제에 돌아오지만, 백제는 대외적으로는 고구려와의 영토 분쟁, 대내적으로는 왕위를 둘러싼 두 왕통의 대립이 이어지는 혼란한 상황이었다. 부여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평정하며 왕이 된다. 근초고왕이 된 이후에도 부여구는 백제와 마한을 정벌해 삼한일통의 대제국을 건설하고 싶은 꿈과 사랑하는 연인 부여화(김지수)를 두고 고국원왕과 평생을 걸쳐 경쟁한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유를 묻자 “아내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감우성은 “나는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데, 아내가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며 “그런 아내에게 질투심이 생기던 찰나 근초고왕 제안이 들어와서 결심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감우성은 “영화 ‘왕의 남자’ 등 사극 경험이 있어 만만하게 봤는데, 텔레비전 사극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더운 여름날 무거운 갑옷을 입고 10시간을 찍었다. 집에 오니 3㎏가 빠져 있었다”며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고생이 많다. 곧 물속에 뛰어드는 장면 촬영이 예정돼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체력도 걱정했다. 감우성은 “아직 방송이 나가지도 않았는데 체력의 반을 쓴 거 같다. 지금도 감기에 걸렸다”며 “밥도 잘 챙겨 먹고, 홍삼·도라지 진액 등 몸에 좋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체력 보강에 힘쓰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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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감우성이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해상왕국을 이룬 백제 근초고왕 역을 연기한다. 연합뉴스 제공 |
감우성이 보여 줄 왕은 어떤 모습일까. 감우성은 “백제나 근초고왕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이 ‘잘 모른다’는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어떤 왕이라는 캐릭터를 미리 정해놓고 하지 않는다. 감독과 작가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다만 나에게 근초고왕 역을 맡긴 이유를 추측해보면 지혜로운 군주, 전략적인 군사기질을 드러내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며 “그 정도는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드라마에서 감우성은 강도 높은 액션장면을 선보인다. 칼싸움은 물론 말타며 활쏘기 등을 소화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액션과 승마 연습을 했다.
사실 최근 드라마 ‘근초고왕’은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주인공 김지수가 음주운전을 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감우성 측과 스태프 간 충돌로 조연출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감우성은 “자주 벌어지는 사소한 갈등이다. 이 일이 기삿거리라면 10번도 넘게 기사가 나야 했을 것”이라며 “근초고왕이 홍보가 안 돼 있어서 어떤 분이 일부러 화젯거리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힘든 촬영 일정과 구설수 등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감우성은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현장에 가면 동료 연기자들이 재미있게 해줘 힘든지 모르겠다. 호흡도 잘 맞아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며 “동료·스태프들과 서로 의지해가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에게 욕먹지 않을 각오로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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