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CR가입… ‘현무-2’도 개발
정확도 선진국 수준… 1987년 실전 배치 현무 유도탄 개발은 1984년 9월22일 국내 조립 관성항법장치의 성능 확인 비행시험을 시작으로 이듬해 9월21일 전두환 대통령 참관 하에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86년 9월12일까지 7차례 연속된 비행시험을 완벽히 마쳤다. 하지만 난관이 남아 있었다.
86년 10월17일 마지막 운용시험평가를 위한 장거리 비행시험에서 유도조종계통 연결커넥터의 200원짜리 ‘핀’ 접촉불량으로 유도탄이 예상경로를 벗어나 비상폭파된 것이다.
◇1987년 국군의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현무 미사일의 위용. ADD 제공 |
1년 뒤인 87년 10월1일 국군의 날에 국산 지대지 유도탄 ‘현무’가 당당한 위용을 드러냈다. 추락사고의 문제점을 보완해 만든 현무는 그 정확도가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필적했다. 실전에 배치되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한 ‘백곰’과 달리 현무는 87년 후반부터 군에 배치돼 20여년간 전쟁억지에 힘을 발휘했다.
현무는 이동식 발사대, 3기의 발사대 제어가 가능한 포대통제소, 유도탄 트레일러와 유도탄으로 구성된다. 길이 11.92m, 동체 직경 0.89m인 이 유도탄은 정밀 관성유도방식으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전천후 유도무기 체계다. 지상장비의 도움 없이 미리 설정된 가상 궤적에 따라 스스로 위치와 자세, 속도를 계산한 뒤 날아가 표적을 타격한다. 이를 위해 관성항법장치와 항법 컴퓨터, 유도탄 자세를 측정하는 가속도계, 각속도계 등의 센서들이 탑재돼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77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부는 백곰 미사일 개발에 놀란 미국이 기술 제공을 거부함에 따라 실전용 미사일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9년 정부는 미국과 ‘한미 미사일 각서’를 교환했다. 이 각서는 ‘미국이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되 한국은 최대 사거리를 180㎞로 한정한 탄도미사일만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현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도 180㎞로 맞춰졌다.
하지만 87년 북한은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토대로 사거리를 1000㎞대로 늘린 노동미사일을 만들어냈다. 이에 자극받은 정부가 미국에 한미 미사일각서의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폐기를 조건으로 2001년 2월 사거리 300㎞ 이내 탄도미사일 개발을 허용하는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를 전후로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현무-2 미사일도 개발됐다. 이 미사일은 2001년 한미 미사일 협정이 개정된 이후인 2005년에야 존재가 확인됐다. 미국이 수십년간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휴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인 사거리 180㎞ 이내로 묶은 것은 한반도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해 핵우산 제공 및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태평양사령부의 전력 강화로 불만을 다독거렸다. 이는 우리 정부가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포기하는 대신 사거리에 영향받지 않는 순항미사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 됐다.
박병진 기자, 공동기획 국방과학연구소
■현무 미사일 제원 | |
이 름 | 현무-1(NHK-2) 미사일 |
길이 | 11.92m |
직경 | 0.89m |
재 래 식 탄 두 | 450∼600㎏의 고폭탄 |
기 당 가 격 | 약 10억원 |
명중률 | 100m 이내 |
최대 상승 고도 | 4만5700m |
무게 | 발사시(1단계) 4850㎏, 2단계 2505㎏ |
최 고 속 도 | 마하 3.65 |
연료 | 1, 2단계 로켓 모두 고체연료 사용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