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문화없는 우리 방송계 ‘씁쓸’ 요즘 미국 텔레비전 기자들의 자서전을 읽는다. 방송기자들이 어떻게 채용되고 키워지는지를 공부하려는 목적이다. 미국 미디어와 대통령의 관계를 다룬 책에서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방송저널리즘은 CBS가 표준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머로가 CBS기자였기 때문이다. 머로는 이 방송뿐만 아니라 미국 방송 저널리즘의 품격을 최고로 높인 전설적인 방송인이다. CBS 저널리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머로와 그가 런던에서 채용한 머로 보이들에 의해 최고의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빌 셔러, 에릭 세버레이드, 해리 리즈너, 몰리 세이퍼 등이 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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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언론학 |
장황하게 미국 기자들의 자서전과 전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역시 우리 현실과의 대비 때문이다. 여기 소개한 자서전들은 모두 사실들로 빼곡하다. 이 책들은 대부분 기자의 태생과 가족관계, 교육과정 등을 담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신이 어떻게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첫 직장은 어떻게 들어갔는지 자세히 기술한다. 물론 직접 쓰는 글이라 불편한 내용은 빼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선택을 미화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글은 지나칠 만큼 솔직하다. 바버라 월터스는 대학 졸업 후 홍보회사를 1년쯤 다니다 지역방송에 작가로 들어간 사실을 자세히 기록했다. 거기서 나이 많은 프로듀서와 깊은 관계에 빠졌던 경과까지 얘기해 놀랐다. 지금도 60분 프로그램에서 리포트를 하는 레슬리 스탈은 워터게이트 당시 선배인 대니얼 쇼어 기자가 자신에게 정보 유출의 누명을 씌웠던 사실도 기록했다.
자서전이 중요한 이유는 저자들 각자가 역사적 사건에 관한 증언을 매우 구체적으로 남겨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크롱카이트는 베트남 전쟁 말기 호찌민(사이공)에 직접 찾아가 저녁 뉴스를 진행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전쟁 현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베트남 현지에서 “이 전쟁은 미국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보도했다. 나아가 “이제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핼버스탬은 이 상황을 “저녁 뉴스 앵커가 사실상의 종전을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머로 전기에는 매카시 상원의원이 좌파 척결의 광풍을 몰아치던 1950년대 머로와 프렌들리가 매카시즘을 잠재우는 ‘시 잇 나우(See It Now)’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이 나온다. CBS 사장이 두려워 프로그램 홍보를 회피하자 머로와 프렌들리는 자신들 돈으로 신문에 프로그램을 광고한다.
자서전은 개인들에게 저작권료를 안기는 것 외에도 크게 두 가지를 사회에 기여한다. 하나는 역사자료의 제공이다. 주요 인물의 증언은 저널리즘 제도나 방송의 역사, 뉴스와 정치의 관계를 탐구하는 귀중한 밑거름이 된다. 자서전의 더 중요한 가치는 저널리즘이 왜 꼭 필요한가를 시민에게 확인해 주는 일이다. 이러한 기록이 없으면, 시민은 뉴스를 둘러싼 권력과 금력의 갈등과 그 속에서 하루하루 싸워가는 기자의 가치와 뉴스의 판단 과정을 이해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우리 방송사도 반세기를 넘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자서전을 남긴 기자가 적다. 자서전 문화 자체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방송계에는 기억되는 인물이 드물다.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자서전을 쓰는 기자를 보고 싶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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