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적 연구에 꾸준한 지원을 2010년 노벨상 수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우리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아쉬움과 함께 부러움이 교차하고 있다. 냉정하게 올해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와 그들의 업적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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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순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장 |
노벨화학상의 경우도 고령화 추세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탄소결합 형성 짝지움 반응’을 발견하고 산업적 합성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공동 수상한 리처드 F 헤크(79세), 네기시 에이이치(75세), 스즈키 아키라(80세)도 1960년대와 70년대에 이룩한 업적으로 노년에 상을 받았다.
이렇게 오래된 업적에 대해 상을 수여한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벨화학상과는 대조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은 2004년에 이룩한 업적에 대해 상을 주었다.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스승과 제자 관계로 가임은 52세이고, 노보셀로프는 36세이다. 노보셀로프는 불과 28세에 이룩한 그래핀 발견의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1915년 25세에 엑스선 회절 실험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세기 초에는 하이젠베르크처럼 젊은 나이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예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오면서 노보셀로프처럼 젊은 나이에 상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래이거나 최근 업적에 노벨 과학상을 수여하면서 피인용 횟수와 학술지 영향력 지수 등을 바탕으로 수상을 예측하는 것이 무척 어렵게 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학술 연구업적 평가 업체인 과학정보연구소를 인수·합병한 톰슨 로이터스 사는 2010년 피인용 횟수와 몇몇 업적 지표를 활용해 올해의 노벨과학상 수상 후보자 17명을 예측하고 이를 공개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1명도 적중시키지 못했다.
노보셀로프와 가임이 2004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은 2006년까지는 피인용 횟수가 거의 없다가 2007년 258회, 2008년 632회, 2009년 1000회를 넘어서 현재 총 피인용 횟수가 3000회를 상회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연구업적을 관리할 때 총 피인용 횟수와 학술지 영향력 지수 이외에도 급격히 피인용 횟수가 상승하는 연구 업적도 특별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수상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2000년 이후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01년에서 1999년까지 99년 동안 5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1년 동안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 당시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외됐던 난부 요이치로까지 포함하면 10명으로 거의 매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셈이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 발표를 접하면서 허탈해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 전략에 대해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모험적 연구와 국내 토종 연구에 대해 꾸준히 지원하고 연구 성과를 적절히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임경순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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