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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군 조선인 식인만행 첫 규명

입력 : 2010-10-06 02:37:58 수정 : 2010-10-06 02: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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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밀리환초 사건’ 보고서… “조선인에게도 속여서 먹여”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동원된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環礁·고리 모양의 산호초)에서 일본군이 인육(人肉)을 먹었다는 끔찍한 사실이 정부 차원의 조사로 확인됐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 지원위원회는 2006년부터 3년여간 조사한 끝에 ‘밀리환초 조선인 저항사건과 일본군의 탄압 진상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5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42년 초 조선인 군무원 800∼1000명이 비행장 등 군사시설 조성 등을 위해 마셜제도 동남쪽 끝에 있는 밀리환초로 강제 동원됐다. 이후 전황이 일본군에 불리해지면서 44년 6월부터 식량 보급이 막혔다. 이듬해 2월28일 체르본 섬에 살던 조선인 120여명이 감시 목적으로 파견된 일본인 11명 중 7명을 숲속으로 유인해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군은 이튿날 보복 조치로 기관총으로 무장한 토벌대를 보내 조선인 100여명을 학살했다.

보고서는 조선인의 이 같은 집단 저항이 일본군의 식인(食人)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45년 초 일본군이 허기진 조선인들에게 고래고기라면서 고기를 줬는데, 며칠 뒤 근처 무인도에서 살점이 도려져 잔혹하게 살해된 조선인 시체가 발견됐다. 자꾸 사람이 없어지는 걸 이상히 여긴 조선인들은 일본군이 살해해 먹었고 조선인에게도 먹인 걸 눈치채면서 반발이 커졌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조건 전문위원은 “저항사건 발단이 된 ‘일본군 식인사건’은 실증에 어려움이 있으나 적지 않은 정황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사실로 판단된다”면서 “밀리환초 식인사건은 독특한 정신주의와 결부된 일본군 내 가혹한 풍토, 기아 상황과 미군에 대한 공포, 전쟁 스트레스가 중첩돼 일어난 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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