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세이렌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면서 각자 자기의 귀에 밀랍을 채워 귀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키르케의 말대로 부하들의 귀를 막게 한 다음, 오디세우스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키르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자신은 세이렌들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아름답기에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기로 마음먹었다. 그 대신에 그는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보게들, 나를 돛대에 꽁꽁 묶어주게. 그리고 만일 내가 무슨 말로 너희들에게 명령하든 듣지 말고 나를 절대로 풀어주면 안 돼. 또한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풀 수 없게끔 잘 묶어야해. 알았지?"
오디세우스 일행은 모두 귀를 막았으므로 완전히 귀머거리가 되어 있었다. 오디세우스만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일행은 모두 잔뜩 긴장하여 세이렌들이 살고 있는 지대로 노를 저어갔다. 오디세우스를 빼놓고는 모두가 매혹적인 노래에 귀머거리가 된 채 섬에 가까이 다가갔다. 오디세우스는 노래를 들었는데, 적어도 그리스인에게는 가사들이 멜로디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우리에게 오는 사람에게 지식과 원숙한 지혜와 정신의 활기를 주네. 우리는 앞으로 이 세상에 있을 모든 일을 알고 있네.” 그녀들의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운율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오디세우스의 마음은 그리움으로 쑤시듯 아팠다.
그는 도저히 그녀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몸부림치며 밧줄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얼마나 꽁꽁 묶어놓았던지 꼼짝할 수 없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빨리 줄을 풀어달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부하들은 귀를 막고 있었으므로 그의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마구 울부짖으며 부하들에게 소리치며, 밧줄에서 벗어나려 무진 애를 썼다. 그가 얼마나 애타게 부르짖고 애를 썼던지 그를 묶어놓은 기둥이 움직거렸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하들은 두려움으로 더욱 귀를 움켜쥐며 혹여 소리라도 새들어 올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럴 것을 대비해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질긴 밧줄로 꽁꽁 묶어두었기 때문에 그는 풀 수가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그가 아무리 애원해도 본 척도 하지 않았고, 아무리 욕을 퍼부으며 큰 소리로 호통을 쳐보았지만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오디세우스를 태운 배는 무사히 세이렌들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이렌들의 노래에 유혹당하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렌의 섬을 벗어나고 나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라는 괴물을 피해서 지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스킬라라는 괴물은 전에는 아름다운 처녀였는데, 키르케에 의하여 뱀 모양의 괴물로 변했다. 그녀는 높은 절벽 위에 있는 동굴 속에서 살며, 그곳으로부터 긴 목을 내밀고, 그 목이 닿는 거리를 통과하는 배가 있으면 그 배의 선원 중에서 한 사람씩 잡아먹는다.
또 하나 무서운 괴물은 카리브디스라는 해변 가까이 살고 있는 소용돌이이다. 이 괴물은 매일 세 번씩 무서운 바위틈으로 물을 토해내어 물을 역류하게 만든다. 이 소용돌이 근처를 통과하는 조수가 들어올 때에는 어떤 배든지 삼켜져서 완전히 난파당한다.
이 무서운 괴물들 중 어느 쪽으로 통과하는 것이 나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스킬라를 피하려면 카리브디스 쪽으로 치우쳐서 통과해야 하고, 카리브디스를 피하려면 스킬라 쪽으로 바짝 붙어 통과해야 한다. 그러니 어느 쪽으로 통과하든 희생은 불가피하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선택의 문제를 던져주는 지대로, 진퇴양난의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오디세우스는 괴물들을 피하기 위해 아주 세심하게 살피면서 위험지대를 통과하기 시작한다. 카리브디스에 조수가 들어올 때에는 큰 물소리가 나므로 멀리서도 경계할 수 있지만 스킬라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불안스러운 눈으로 그 무서운 소용돌이를 피하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꼼짝없이 배는 파손되어 침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카리브디스를 경계하고 있을 동안 스킬라의 공격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스킬라는 뱀 모양을 한 여섯 개의 머리를 내밀어 여섯 사람을 입으로 물었다. 놀란 선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오디세우스와 다른 둉료들이 그들의 비명을 들었을 때엔 이미 그들은 배에서 끌려나간 후였다. 스킬라는 선원 여섯 명을 물고 동굴 안으로 납치해 갔다. 오디세우스와 일행은 희생당하는 그들을 바라보면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로 여섯 명을 한꺼번에 잃고 만 것이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결국 그토록 세심하게 조심했지만 여섯 명의 동료를 잃고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양쪽에서 지나는 배를 노리는 지역을 통과한다.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들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통과한 후에 다음 상륙할 곳은 트리나키아라는 섬이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로부터 세이렌들의 유혹,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위험성과 함께 트리나키아 섬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었었다. 이 섬에는 태양신 히페리온의 가축이 그의 두 딸 람페티아와 파에투사의 손에 의해 사육되고 있다. 항해자들이 아무리 필요해도 이 가축 떼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었다. 그것을 위반하면 위반자는 파멸을 당한다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자칫 실수하면 얼마 남지 않은 부하들을 잃게 될까봐 이 섬에 들르지 않고 통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하들은 그에게 간청하다시피 그에게 요청한다.
"오디세우스 님, 우리는 너무 목도 마르고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요. 너무 지쳐서 노를 젓기도 힘들고요. 그러니 배를 일단 해안에 정박시키고 배에서 내리지는 말고 잠이라도 자고 가시지요."
한 부하가 그렇게 말하지 나머지 선원들도 그의 말에 따라 강력히 요구한다. 해안에서 하루 저녁만 자도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며 부하들이 성화를 하자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배만 정박시켜놓고 배 안에서 하룻밤 쉬어 가기로 한다. 오디세우스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되 그들에게 신신부탁을 한다.
"좋다. 배를 해안에 정박하도록 하자. 그러나 이 섬에 있는 식량엔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을 어기면 우리는 태양신에게 벌을 받아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키르케가 배에 실어 준 식량만 먹고, 절대로 이 섬에 있는 신성한 양이나 기타 가축에게는 하나도 손을 대서는 안 돼. 약속할 수 있겠나?"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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