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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음식의 모든 것, 전세계 돌며 알려요"

입력 : 2010-09-09 21:25:40 수정 : 2010-09-09 21: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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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칠레 최고의 요리사 필라 로드리게스
11일까지 서울서 다양한 요리 선보여
"여러 문화 섞여 풍부한 맛이 특징"
지구에서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 칠레. 길이가 긴 만큼 다양한 기후와 지형에서 나는 농산물이 풍부한 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거리가 먼 만큼 칠레 음식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칠레 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쓰는 요리사 필라 로드리게스(48·여)가 한국을 찾았다. 11일까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직영 레스토랑 ‘마르코 폴로’에서 칠레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벌써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칠레 음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요리사 필라 로드리게스가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요리를 좋아한다”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칠레 음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칠레 최고의 요리사’로 불리는 로드리게스를 만나 칠레 음식과 그의 요리 사랑에 대해 들어봤다.

로드리게스는 요리사가 되기 전 15년 이상 미국 의류업체 ‘토미 힐피거’의 남미 마케팅 이사로 일해왔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39살의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우연히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 입학해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점점 요리에 흥미를 느끼면서 학교 졸업 후 파리 소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르도엥’의 크리스티앙 르 스퀘 주방장으로부터 요리를 배웠다. 몇 년 뒤 칠레로 돌아온 그는 레스토랑을 차리는 대신 칠레 음식 알리기에 나섰다. 이런 그에 대해 칠레 최고의 요리 비평가 마리아나 마르티네스는 ‘콜차구아(로드리게스가 살고 있는 지역)를 세상에 선보인 요리사’라고 격찬했다. 2007년에는 쿠킹 스튜디오를 열고 포도주와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알리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요리를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지금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는 “여러 음식 문화가 섞여 있다”고 입을 뗐다. 한때 칠레를 점령했던 스페인의 음식문화와 원주민 음식문화가 조화돼 기본을 이룬다. 또 주변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인근 국가를 점령했던 다른 유럽국들의 영향도 받았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추페. 스튜와 비슷한 것으로 대게·쇠고기 등에 양파·고수·마늘 등 양념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 것이다. 또 ‘메르켄 처트니’라는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칠레산 말린 고추와 고수 등 향식료를 섞어 만든 소스다. 그는 “칠레는 너무나 아름다운 국가다. 환상적인 날씨와 최상급 식자재, 포도주를 나게 한다”고 말했다. 목소리에서 칠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묻어났다.

로드리게스는 칠레 음식을 알리는 데 정부 등 공공기관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칠레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 중 음식·식품 산업은 2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출 품목이다. 그래서 정부 또는 닭고기협회·과일협회 등 10여개의 음식 관련 협회 등이 세계 각 도시에서 ‘칠리안위크’ 같은 행사를 열고, 칠레 상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로드리게스는 칠레 요리사들을 대표해 이런 행사에서 칠레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

칠레 음식 알리기 여행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바로 이번 한국 방문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한 신사가 자신에게 딱지 모양으로 접은 쪽지를 건넸는데, 스페인어로 쓴 편지였다. ‘칠레 음식은 처음인데 매력적이다. 꼭 한번 칠레를 방문해서 다시 한번 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내용이라며 쪽지를 보여줬다. 그는 “음식이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며 “이래서 요리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왜 요리사로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지 않고 칠레 음식을 알리기 위해 돌아다니게 됐느냐는 질문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요리사의 유일한 길은 아니지 않으냐”는 답이 돌아왔다. 로드리게스는 “레스토랑은 한곳에 머물러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그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해야 할 일이 많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한식 세계화에 대해 말하면서, 오랫동안 칠레 음식을 알려온 그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현지화’와 ‘음식 문화’를 화두로 꺼냈다. 본연의 것은 지키면서도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달지 않게 음식을 만든다. 반면 미국은 엄청나게 단 음식을 좋아한다. 또 중국 상하이 사람들은 스테이크를 먹더라도 젓가락을 사용한다. 이처럼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생활·문화 등을 공부한 다음, 이에 맞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음식 하나만으로는 안 되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칠레의 경우 식사 때 포도주를 함께 마신다거나, 모든 식사가 끝난 뒤에 차와 단 과자를 디저트로 먹는 등 나름의 음식문화가 있다. 한국도 김치만 아니라 김치와 얽힌 이야기를 같이 알리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던 로드리게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또 있을까. 답은 여전히 ‘요리’였다. 요리를 통해 햄버거·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꿔주고 싶다는 그는 “다음 세대에게 칠레에 얼마나 많은, 좋은 식품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스파이시한 해산물 수프

칠레 중부지역에서 먹기 시작한 음식으로, 칠레의 전통 요리다. 새우·조개 등 칠레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에 오레가노·고수 등 허브와 식초, 설탕 등이 들어간다. 또 칠리 페이스트를 넣어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 오렌지 곁들인 칠레산 포크 밸리, 토마토와 메르켄 처트니

포크밸리는 삼겹살을 말한다. 삼겹살을 통째로 꿀·오렌지주스 등으로 만든 소스에 넣고 3시간 동안 낮은 온도에서 익힌다. 여기에 메르켄 처트니를 소스로 뿌려 먹는다.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조화돼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요리다.

# 구운 사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칠레에서 흔하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의 하나다. 사과를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고, 계피, 버터, 황설탕 등을 뿌려 오븐에 구운 뒤 페이스트리크림, 호두 등 견과류를 얹어 먹는다. 옆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놓아 따뜻한 사과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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