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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평등하다

입력 : 2010-09-03 22:13:49 수정 : 2010-09-03 22: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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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인식체계 근원부터 바꿔
5년여 걸쳐 비글호 타고 세계일주…노예들 처참한 삶·원주민 만남속
“생물은 한 종서 나온것” 생각 품어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인류가 하등동물에서 발전을 거듭한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파악한 ‘종의 기원’을 발표해 19세기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인류는 하나님으로부터 지음받았으며 예수가 인류를 구원했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이 하등 생물체에서 진화했다고 했으니, 사상계와 과학계는 그야말로 벌집 쑤신 듯 논전이 벌어졌다. 다윈의 학설로 인해 지금도 인류의 기원과 관련해 창조론과 진화론이 팽팽한 형국이다.

재닛 브라운 지음/이경아 옮김/최재천 감수/김영사/각 3만5000원
찰스 다윈 평전(전2권)/재닛 브라운 지음/이경아 옮김/최재천 감수/김영사/각 3만5000원


다윈이즘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대 재닛 브라운 박사의 ‘찰스 다윈 평전’(전 2권)은 다윈이 인간 진화로 파악한 근본 동기를 면밀히 추적하면서 가급적 다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썼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영원한 제국이었으며, 그런 후광 덕에 ‘종의 기원’이 과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가 그것이다. 저자는 ‘종의 기원’이 혁명적이고 대담한 발상의 결과물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가 영국 학자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유물론적 과학계를 지배하는 논리로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모두 20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서는 다윈의 진화논리 이외에 박애적이면서도 서민적인 풍모를 흠뻑 담아내고 있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는 다윈의 탄생부터 뛰어난 박물학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했다.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는 ‘종의 기원’ 출간 직후부터 벌어진 인류의 창조와 진화를 둘러싼 폭풍 같은 논쟁과 다윈의 인생 말년을 서술했다.

지금도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종의 기원’은 다윈의 조그만 관심에서 시작됐다. 다윈은 어릴적 아주 부유하며 자유 분방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다. 의사인 아버지의 길을 따라 의대에 입학했으나 끔찍한 수술 장면이 싫어 가톨릭 사제가 되기로 한다. 사제 공부를 하면서 다윈은 벌레 수집, 사냥 등에 열을 올리고 가족들은 이런 그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 다윈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영국 해군의 수로 측량선 비글호의 세계일주 항해에 동승하게 된 것이다. 당시 영국 해군의 비전투함에는 각계 전문가가 동승해 연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관례가 있었다. 모두 식민지 경영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학자들에겐 더없는 기회였다. 그의 케임브리지대 은사였던 헨슬로 교수가 비글호의 박물학자 자리에 다윈을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다윈은 유복한 집안의 한량으로 생을 마치고 진화론은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신과 다윈의 시대’의 한 장면.
다윈은 5년여에 걸친 비글호 항해에서 노를 젓는 노예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목격한다. 이를 계기로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원초적 기원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브라질 노예들의 처참한 삶을 목격하고 원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윈은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평등하며 모두 한 종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나는 미개인과 야만인의 무리가 어떠했던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와 가까이 있던 절벽 위에 네다섯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은 완전히 알몸이었고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있었다. 땅에서 펄쩍펄쩍 뛰고 양팔을 마구 흔들어 대며 아주 소름끼치는 소리를 질러댔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일 만큼 그들의 생김새는 아주 기괴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처럼 이 지구상의 유기적 동인과 비유기적 동인에 영향을 주고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446쪽) 그가 세계일주 항해 도중 원주민을 보고 느낀 감상이다.

식민지를 순회하면서 수많은 생물을 접하게 된 다윈은 생물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가 만든 자연사 표본들과 비글호 항해 동안 남긴 메모, 일기는 인류 탄생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종의 기원’의 기초가 될 수 있었다. 다윈은 아내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생기 넘치는 풍요로운 자연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표현하곤 했다. 그는 식물에게 다가가 겸손하게 말을 걸곤 한다. 예쁜 꽃을 보면 그 구조를 칭찬했으며 섬세한 모양과 색깔을 일기에 적었다. 다윈의 아내 에마는 늘 남편을 감시했다. 감시하지 않으면 일에 묻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다윈은 20년간의 연구 끝에 쓴 ‘종의 기원(원제목 자연선택)’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사유를 서술했다.

◇다윈이 식민지에서 목격한 노예 학대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다윈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생명의 나무(Tree of life)’에 의하면 갖가지 생명체들은 한 뿌리에서 나무의 줄기가 뻗어나가듯, 한 조상에서 각각 다른 계통으로 진화한다. 인간은 수많은 가지 중 하나의 끝에 있는 진화의 최종 단계이며, 다른 생물들도 각자 가지 끝에 있는 진화의 최종 단계이다.

개별 생명체는 서로 비교하여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할 수 없다. 각각 다른 계통에서 진화한 최종 산물일 뿐이다. 모든 생명체가 평등하다는 다윈의 생각은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인식체계를 근원부터 바꿔 놓았다. 그러나 다윈은 죽을 때까지 인간의 뿌리를 규명하지 못했다. 창조주 신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은성·김지연·서준·최주은 지음/세계사/1만3000원
신과 다윈의 시대/정은성·김지연·서준·최주은 지음/세계사/1만3000원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이 펴낸 ‘신과 다윈의 시대’는 지난해 3월 방영된 2부작 다큐멘터리의 방송 내용과 당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과연 이 세상과 우리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종교이론 등 어렵게만 생각되는 과학과 철학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EBS팀은 다큐 제작을 위해 1년여 동안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독자들은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에드워드 윌슨, 마이클 베히 등 세계 최고 지성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과 다윈 사이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승욱 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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