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유럽 곳곳의 클래식 음악 축제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유럽 음악축제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화려하고 전위적인 호반 야외무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정상의 음악축제로 명성을 얻고 있다. 90년의 긴 역사를 가진 데다 매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 오케스트라로서 주요 공연에 참여하며, 한 분야에 치우친 다른 음악축제와 달리 오페라, 콘서트, 연극이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 출신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세계적인 음악가를 불러 모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이 무대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잘츠부르크를 찾은 지난달 22일, 극장 ‘모차르트 하우스’ 주변은 오페라 ‘돈 조반니’를 보러 온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이 페스티벌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야닉 네제 세갱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클라우스 구트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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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대형 오페라 ‘아이다’ 공연 장면. |
지난 30일 막을 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신화’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오페라는 볼프강 림의 ‘디오니소스’ 세계 초연을 비롯해 알반 베르크의 ‘룰루’,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마련됐다. 연극 ‘예더만’은 1920년 처음 페스티벌이 열릴 당시 처음 무대에 올렸던 공연으로 지금도 항상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모차르트 마티네는 모차르트의 곡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낮 공연으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브레겐츠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유럽 음악 페스티벌의 완성형이라면,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매번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는 진행형의 음악 축제다. 비전통적인 무대 연출과 작품 해석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구 3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브레겐츠는 이 페스티벌 덕분에 세계적인 휴양지로 거듭났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국경이 맞닿아 있는 호수 보덴제에 떠 있는 야외 오페라 무대는 단연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중심이다. 너비 110m, 길이 300m의 세계 최대 규모와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함으로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영화 ‘007-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새겨진 무대로 강한 인상을 남긴 오페라 ‘토스카’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실제 공연이었다. 이 밖에도 거대한 해골이 하반신은 호수에 담근 채 무대를 책상 삼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가면무도회’(1999∼2000년), 유럽의 카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식탁이 바로 무대가 된 ‘라 보엠’(2001∼02년) 등 새로운 작품이 올려질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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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실내 콘서트홀에서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
이집트의 무장 라다메스가 실제 모터보트를 타고 전쟁터로 떠나고, 유명한 ‘개선행진곡’과 함께 자유의 여신상 조각이 형상을 맞춰가는 장면, 물 위에서의 역동적인 군무 등 화려한 볼거리가 쉴 새 없이 시선을 붙잡았다. 배우들은 대형 크레인에 의지해 공중에서 노래를 부르고, 높은 무대에서 굴러 떨어져 호수 속으로 빠지는 등 곡예를 방불케 하는 열연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미리 준비해둔 비옷을 꺼내 입고 몰입하는 관중의 열기로 공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올해 페스티벌에서는 ‘아이다’ 외에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등이 열렸다. 내년에는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선보인다.
잘츠부르크·브레겐츠=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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