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 일행은 다시 서둘러 바다로 나아갔다. 그들이 항해를 계속하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시칠리아 섬 북쪽에 있는 아이올리아 섬으로 히포테스의 아들 아이올로스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이 섬의 왕이었던 리파로스의 딸 키아네를 아내로 삼았다가 나중에 왕이 되었다. 그는 이 섬에서 장인의 뒤를 이어 왕 위에 올랐고,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두고 행복한 생활을 했다. 그는 항해술에 뛰어났으며, 바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돛을 고안해 내어 바다에서 바람을 이용해 항해를 용이하게 할 줄 알았다. 그 후로 노를 저어 순전히 힘으로 배를 가게 하던 것을 이제는 바람의 힘만으로도 항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왕이 되었다. 또한 그는 날씨를 잘 예측할 줄도 알았다. 그가 비록 인간이긴 했지만 이렇게 지혜가 뛰어나 제우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제우스는 그가 인간이긴 했지만 그를 바람의 지배자로 삼았던 것이다. 그는 바람을 섬 안의 동굴에 가둬두었다가 신들이 요구하면 꺼내어 불게 하였고, 때로는 자의대로 바람을 풀어 불게하기도 했다.
그는 오디세우스를 친절히 접대하고 떠날 때는 그들에게 친히 선물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의 선물이란 다름 아닌 그가 지배하는 바람이었다. 해롭고 위험한 바람은 모두 가죽자루에다 담아 은사슬로 매어 그들에게 주었고, 순풍인 서풍인 제피로스만 풀어주어 그들의 배를 그들의 고국으로 인도해 주도록 했다. 묶어 놓은 폭풍과 같은 바람은 어찌나 단단히 묶어 놓았던지 배를 위험케 하는 바람 한 점 새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고국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도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9일 동안, 그들은 평온한 바다에서 순풍에 돛을 달고 질주했다. 그 동안 오디세우스는 자지 않고 키 옆에 있었는데, 마침내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가 자고 있을 때 선원들은 그 신비스런 자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저 자루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틀림없이 우리 함장 오디세우스에게 주는 근사한 보물이 들어있음에 틀림없어."
"아냐, 바림이라고 그랬어. 위험한 바람이라던가. 그리고 좋은 바람만 풀어놓아 우리를 고국으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편안히 가잖아."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바람을 어떻게 자루에 담냐고, 말이 그렇지 저긴 틀림없이 보물이 가득 들어있어. 우리 살짝 열어보자고."
그들은 결국 그 자루 속에는 친절한 아이올로스 왕이 자기들의 함장에게 선사한 보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금씩 표가 안 나게 덜어내어 자기들도 다소 나누어 가지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그러한 욕심으로 끈을 풀었다. 그들이 부대를 열자마자 바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부대를 닫으려 했지만 이미 거센 폭풍우로 인해 부대를 막을 수도 없었다. 모든 바람들이 터져 나와 그들을 무시무시한 폭풍 속으로 휩쓸었다. 배는 항로를 멀리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만 방금 출범한 섬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아이올로스는 그들의 어리석은 짓에 노하여 더 이상 도와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의 없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서 그들을 즉시 다시 떠나라고 명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할 수 없이 이제는 바람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노를 저어 항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기껏 9일이나 진행했던 같은 항로를 따라 다시 한 번 노를 젓는 고생을 하면서 가야만 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기껏 헛고생을 한 것을 후회하며 노를 저었다. 이들이 다음에 도착한 곳은 라이스티리곤이라는 야만족이 사는 나라였다. 이들이 탄 배는 모두 그들의 항구로 들어갔다. 이 나라는 완전히 육지로 둘러싸여있어서 아주 안전한 곳으로 보였다. 그래서 전혀 의심할 것 없이 안전해 보이는 만에 배를 정박시켰다. 오디세우스는 너무 안전해 보이는 곳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 오히려 그의 배를 항구 밖에 정착시켰다.
그런데 그 나라에는 라이스트리곤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그 선박들이 완전히 자기네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알자, 배를 공격했다. 그들의 공격방식은 단순했다. 커다란 바위들을 던져 배를 부수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 일행이 타고 있던 배들은 그대로 바위에 맞고 가라앉았고, 선원들은 물속에 빠져 허위적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이스트리곤들은 물속에서 버둥거리는 선원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항구 밖에 남아 있던 오디세우스의 배를 제외한 모든 배들이 선원들과 더불어 물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오디세우스는 도망치는 것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부하들을 격려하여 힘껏 노를 저어 도망쳤다. 그리하여 오디세우스가 탄 배만 가까스로 달아날 수 있었다. 피살된 동료들에 대한 슬픔에 그는 가슴이 아렸다. 한편으로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항해를 계속하여 마침내 아이아이에라는 섬에 도착하였다. 이 섬에는 태양의 딸 키르케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 상륙하자 오디세우스는 한 작은 언덕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른 곳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오직 섬의 중심부 한 곳에 수목으로 둘러싸인 궁전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에우릴로코스를 일단 그 궁전에 다녀오게 했다. 에우릴로코스는 오디세우스의 아내와는 남매지간이었다. 에우릴로코스는 살아남은 선원들 중 절반을 선발하여 데리고 어떠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러 갔다. 그러나 그들이 궁전에 접근하였을 때, 그들은 사자들과 호랑이, 늑대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 짐승은 사납지 않았다. 이 짐승들은 이 섬을 다스리는 키르케의 마술에 길들여져 있어서 온순해졌던 것이다. 키르케는 유능한 마술사였다. 실상 이 동물들은 전에는 모두 인간이었다. 그런데 키르케의 마술에 걸려 짐승으로 변한 것이었다. 이들이 놀라고 있을 때 부드러운 음악 소리와 여자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에우릴로코스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큰 소리로 사람을 찾으며 불렀다. 그러자 키르케가 밖으로 나와 그들을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에우릴로코스를 따라나섰던 선원들은 아름다운 키르케가 반갑게 맞이하며 안으로 들것을 청하자 스스럼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에우릴로코스는 처음 보는 객들을 지나치게 친절하게 맞이하는 주인이 못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전에 당했던 경험을 상기하며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들어가지 않았다.
여신은 손님들을 별실로 안내하여 술과 여러 가지 진미를 대접했다. 그들이 실컷 먹고 마시고 있을 때, 키르케는 마법의 지팡이를 그들 하나하나에게 살짝 댔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바로 돼지로 변해 버렸다. 머리와 몸뚱이와 목소리와 털은 돼지로 변했지만 그들의 정신은 전과 같이 사람 그대로였다. 키르케는 그들을 돼지우리 속에 가두고 도토리 및 기타 돼지가 좋아하는 다른 먹이를 주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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