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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술과 건강이야기’] 알코올중독의 다른 이름, 사랑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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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22 17:33:50 수정 : 2010-08-22 17: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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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채워주지 못하는 마음의 빈자리 술로 채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본성의 목소리 귀 기울여야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행복해요. 더 꼭 껴안아주세요. …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흔적도 없이 이별을 하곤 해요.”

한때 연인이었던 문오(신성일)가 경아(안인숙)를 꼭 껴안았다. 헛헛함이 채워졌고 그녀는 편안히 잠들었다. 마지막 포옹이었다. 여대생에서 경리사원으로, 홀아비의 후처에서 호스테스로 그녀의 삶이 굴절될 때마다 거기엔 남자가 있었다.

“난 정말 이상한 여자예요. 난 남자가 곁에 없으면 잠시도 살 수가 없어요. 난 그래요, 난 그런 여자예요.”

문오와 경아가 사랑을 시작할 즈음 낮선 사내(백일섭)가 나타났다. 그녀를 학대하고 호스테스로 전락시켰던 옛 애인이었다. 그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경아에게 문오는 누구냐며 캐물었다. 그녀는 대답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종일 술만 마셔대다가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그런 그녀에게 문오가 이별을 통보했다. 그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한때 모든 사람들은 내게서 위안을 받아요. 그러다간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고 말아요. 결국엔 혼자뿐이라는 걸 난 알아요.”

홀로 남겨질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남자에게 의지하고 상처받기를 반복했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 경아의 알코올중독은 사랑중독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심리학은 말한다. 인간은 본디 셀프홀릭하다고. 셀프홀릭이나 나르시시즘은 결코 병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셀프홀릭하지 못했을 때 문제는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정신과에서는 나르시시즘의 장애라고 부른다. 나르시시즘의 장애를 갖고 있으면 항상 헛헛한 공허감에 시달린다. 고립되었을 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좌절을 당했을 때 자존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상실을 겪을 때 슬픔과 불안을 삭이기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든 헛헛함을 메우려 한다. 절박하고 때로 무모한 시도는 사랑중독, 알코올중독, 쇼핑중독을 일으킨다. 학대 받으면서도 사랑이라 믿는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술이나 음식을 탐한다. 파산하는 줄 알면서도 카드를 긁어댄다. 그리고 결국 벼랑으로 내몰린다. 사랑이 채워주지 못하는 마음의 빈자리를 술이나 쇼핑으로 채우려 들었던 탓이다.

“나는 이것을 영원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슬플 때도 나는 이렇게 느낍니다. 앓더라도 사랑은 일단 해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 보다는.” ‘설령 잃는다 할지라도’(앨프리드 테니슨)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 설령 잃는다 할지라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헛된 시도를 가려내는 지혜이다. 그리고 올바른 시도를 실천에 옮기는 용기이다. 진정한 셀프홀릭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폭음이나 값비싼 쇼핑과 같은 헛된 시도의 노예로 남지 않는다. 언젠가는 올바른 시도의 주인공이 된다. 젊은 시절 포도주 중독자였던 앨프리드 테니슨은 노년에 남작의 작위를 받았고 영국을 대표하는 계관시인으로 남았다. 그야말로 진정한 셀프홀릭이었다. 자신의 본성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당신도 진정한 셀프홀릭이 될 수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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