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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1/2②] 연예인의 성형고백, 더 이상 달갑지 않은 이유

입력 : 2010-08-21 13:10:17 수정 : 2010-08-21 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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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공개된 고등학교 사진 속 인물은 내가 맞다. 한 번도 성형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서우)" "나는 자연미인이 아니다. 성형한 곳이 있다(이시영)" "이제 더 이상은 성형하지 않겠다(솔비)"….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이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심지어 미(美)를 대표한다는 미스코리아마저 성형사실을 털어놨다. 미스코리아 미 하현정은 최근 한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살짝 눈을 찝었다"고 고백했다. 

최근들어 급증한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에  성형이 더 이상 '수술'이 아닌 '미용'으로 바라보게 만들 정도다. 한때 성형사실을 털어놓는 것이 연예인으로서 치부를 드러내는 일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다. 따라서 성형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고, 이는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연예인 성형, 홍보효과 톡톡

최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출연했던 김성은(20)이 케이블채널 SBS E!TV '뷰티솔루션 이브의 멘토'에서 9시간에 걸친 성형수술 과정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김성은은 아역스타 이미지에서 탈피,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컴플렉스로 여겼던 비대칭 얼굴, 구강 돌출, 무턱 등을 성형을 감행했다. 

시청자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방송 복귀를 위한 눈길끌기",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과한 성형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일단 오랜 공백기를 가진 김성은이 연기 복귀를 알리는 것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성형과정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일련의 논란을 야기했지만 김성은의 존재와 컴백을 널리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뷰티솔루션 이브의 멘토'에는 김성은을 비롯해 배우 이하얀, 개그우먼 심진화, 가수 금잔디 등이 성형수술 과정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성형수술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소재를 매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청률을 위해서는 자극적인 설정도 서슴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연예인의 성형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률 상승과 출연 연예인의 인지도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양측은 서로 윈윈이지만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했을 때 연예인들의 성형 공개를 그리 유쾌한 시선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지 변신 혹은 자신감 찾기의 수단이 왜 외모를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자신감 회복이라는 미명 하에 성형을 하고, 솔직함의 미덕을 내세워 성형 사실을 털어놓는 것은 성형을 포장하고 합리화하는 과정으로 여겨질 뿐이다. 

또 케이블채널에서 연예인의 성형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업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않은지 의심스럽다. 일반인이 외모로 겪는 컴플렉스를 성형으로 치유해지는 과정은 이미 다뤄진 바 있다. 성형의 대상이 연예인으로까지 확장된 것은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내세워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성형외과 역시 시청자를 고객 유치를 노리고 꺼이 협찬을 맡은 것은 아닌지 미심쩍다. 

◇ 성형고백, 솔직함 넘어 희화화 '눈살'
 
연예인의 성형 고백이 늘어난 것은 성형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솔직함, 당당함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원조격 연예인으로 배우 김남주를 들 수 있다. 김남주는 2001년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성형사실을 털어놔 이후 다른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을 이끌었다.

성형사실을 털어놓는 연예인이 성형고백 수준을 넘어서 성형횟수를 자랑삼아 떠벌리거나 희화화하기에 이르렀다.  박명수, 송은이 등은 쌍꺼풀 수술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가수, 연기자들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성형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꽃다발'에서는 여성그룹 LPG가 멤버들의 총 성형횟수가 27회라고 떳떳히 밝혔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현영은 멧돼지 흉내를 내려다 코가 올라가지 않아 성형사실이 들통났다. 탤런트 오세정은 SBS '강심장'에서 코 수술과 볼 살빼는 주사를 맞았다고 공개했고,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황광희는 MBC '세바퀴'에 출연해 "코를 먼저 수술했는데 어머니가 부족하다고 해 눈을 트고 이마까지 꽉 채워 풀로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외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연기자나 가수들마저 성형고백 대열에 합류한 것은 성형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자세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성형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비난보다는 궁금증과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연예인의 성형고백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의 경우 성형 고백에 더 적극적이다. 얼굴과 이름 알리는 것이 1차 목표인 신인, 무명급 연예인들은 성형 고백을 통해서라도 이슈화되길 원하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은 감출 수 없는 증거물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과거사진으로 인해 등 떠밀리듯 인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졸업사진이나 무명시절 사진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모가 성숙해진 것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많이 다른 비포(before)사진은 연예인들이 성형고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명백한 증거 앞에 무조건 부인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솔직히 인정하고 공개하는 편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성형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성형을 너무 가볍게 치부하고 있다는 점은 되짚어야할 문제다. 외모지상주의에 기반한 무분별한 성형에 대한 논의 없이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우려를 자아낼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 '치료 목적', 그 모호함에 대해

한편 성형에 대한 시선이 예전에 비해 많이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성형이 아직 막연한 거부감을 유발되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직도 연예인의 성형 비포&에프터 사진을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고, 자연미인과 성형미인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때문에 성형에 대해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완화시키는 장치로 "치료 목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이라는 성형 공개용 멘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뻐지기 위해 성형했다"는 것보다 "외모의 결함으로 겪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성형했다"고 말하는 편이 대중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교정과 양악수술이 치료 목적으로 인식되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치아교정은 불규칙한 치열을 교정해 턱과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몸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치료법으로 김연아, 김태희, 한예슬, 황정음 등이 시술했다. 양악수술은 잘못 자리잡은 위, 아래의 턱을 바로잡는 수술로 개그맨 임혁필에 이어 최근 개그우먼 김지혜가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주로 돌출입, 안면비대칭, 무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사용되는 치아교정과 양악수술은 미용 목적의 성형에 비해 비판적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운 편이다. 김연아, 김태희 등은 치아교정으로 또렷하고 선명한 인상을 갖게됐다. 약점을 보완해 아름다워진 얼굴에 대중은 환호를 보냈다. 

특히 턱 모양에 문제가 있을 시 음식을 씹거나 발음이 새어 말하는 데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오래 방치하면 위장장애 등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목적의 수술에는 비교적 관대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이들 수술을 통해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는 것에 대해 신체의 결함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목적의 시술이라고는 하나 여기에는 인상이 바뀌는 등 미용효과도 동반한다는 점은 미묘한 시선의 차이를 부른다. 같은 양악수술을 받은 임혁필과 김지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임혁필은 "부정교합으로 인한 악관절로 겪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다"는 글과 함께 수술로 달라진 사진을 게재해 네티즌으로부터 응원을 받은 반면 김지혜는 임혁필과 마찬가지로 부정교합으로 인한 위장장애를 고치고자 시술한 양악수술에 "예뻐졌다"는 의견과 "굳이 해야했나"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술 이전에도 예뻤던 김지혜가 수술을 통해 변화시킨 것은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심미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이중적인 시선을 받아야했다.
 
김지혜가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단순 미용을 위해 턱을 깎았다면 어땠을까. 비난 일색의 반응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나마 치료 목적의 시술이었다는 점이 비난의 강도를 약화시켰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기능과 심미 두가지 효과를 불러오는 치료성 수술의 경우, 그 본연의 목적을 두고 반응의 온도 차를 보인다. 치료가 우선이었나, 미용이 우선이었나를 두고 비판의 잣대도 달리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대중의 자의적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
 
사고 당한 김에(?)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 임창정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코를 높였고, 가수 겸 배우 전혜빈은 영화 촬영차 다친 얼굴을 치료하던 중 코와 돌출된 치아를 교정했다. 여느 연예인의 성형수술처럼 성형결과를 두고 반응은 엇갈렸지만 성형 자체에 대한 비판은 그다지 거세지 않았다.  

치료, 혹은 사고를 겸한 시술은 상황의 불가피함 때문에 대중에게 비교적 거부감 없이 다가간다. 단순 미용목적이건, 치료목적이건 달라진 외모라는 결과물은 똑같은데 대중의 시선은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치료의 목적을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한다면  자신감 없는 외모를 통한 자신감 회복도 '치료'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자신감 회복을 치료 목적이라고 보기엔 성형에 대한 너무 관대한 접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성형 권하는 연예계

"여배우 ㅇㅇㅇ처럼 해주세요"
포털 사이트에 '성형'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각종 성형외과와 게시물들이 쏟아진다. 이미 일반인 사이에서도 성형은 공공연히 퍼져있다. 특정 연예인을 시술한 성형외과와 유행하는 성형법 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성형을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 "예쁘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연예인의 성형고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난무하는 연예인의 성형고백에 판단능력이 미비한 일부 청소년에게 외모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된다.
  
한편 요즘 TV 채널에서 무한 재생되는 연예인의 성형고백은 초기의 신선함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이 점점 자극적이고, 뻔뻔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마저 더하고 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목적에 가볍게 내뱉는 성형 고백, 그 가벼움에 자신의 가치까지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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