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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지음/삼성경제연구소/2만원 |
세계 양대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G2’라는 말은 이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돼버렸다. 국제 금융위기로 인해 더 빨리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 것인가. 과거 수천년에 걸친 역사가 증명하듯 또다시 동아시아에서 군림하는 지배자로서의 발톱을 드러낼까. 한반도라는 한정된 공간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선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대표적 진보 국제정치학자인 연세대 정외과 문정인 교수가 쓴 ‘중국의 내일을 묻다’는 이와 관련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문 교수의 견해가 정답일 수는 없으나 부족한 중국 지식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은 문 교수와 현역으로 활동 중인 중국 내 정치·외교·역사학자 20여명과의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문 교수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반중 감정’에 대한 시각 교정부터 주문했다. 문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우선 현실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우리는 운명적인 관계다. 미국과는 백 번 천 번 동맹을 외쳐도 먼 이웃일 수밖에 없다. 지정·지경학적으로 밀접할 수밖에 없는 중국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한다. 중국 학자들은 언필칭 ‘중국은 대국이고, 한국은 소국이다. 왜 한국이 대국 행세를 하려고 하느냐’고 대놓고 말한다. 한국인들에게 결코 기분좋게 들리지 않겠지만 중국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은 이런 것이다. 현실을 파악하자는 얘기다. 한국 내에서 이런 얘기하면 저자세라고 비판할지 모르나 누군가 중국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도록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예로 들었다. “국내 언론이나 정부 관리들은 6자회담이 열리면 으레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써댄다. 그러나 이런 말을 중국 관리들이나 학자는 물론, 미국 쪽 인사들이 듣는다면 코웃음칠 일이다. 국제 정치 역학 관계를 볼 때 한국이 주도권을 쥘 상황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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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교수(오른쪽)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주임 왕이저우 교수가 대담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왕 교수는 중국학계에서 국제관계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그러면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동북아 질서의 현실을 헤쳐나가야 할까. 문 교수는 한국은 매우 현명하고 영리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지방정권으로 편입시키려 한다는 이른바 ‘동북공정’의 경우 한국은 감정적인 접근에만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토라든지 역사문제는 고고학적으로 차분히 접근해야지 정치적 관점이 끼여들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북공정에 대한 중국 학자들의 시각은 대부분 한국이 간여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쪽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금나라에 이어 중국을 지배한 청 왕조는 200여년간 백두산을 비롯한 간도 지역 일대에 출입금지령을 내린 적이 있다. 조선 사람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넘어 간도로 들어오면 목을 베는 등 강경정책을 써왔다. 이는 청 왕조가 쇠망하면 고향에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백두산 일대 지역이 청의 영토라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면서 조선 영토로 바뀌어버렸다. 간도가 역사적으로 중국 땅이며, 만주를 누빈 고구려 역시 중국에 포함된 지방정권이 맞다는 식이다. 이에 한국인들은 너무 자기식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게 중국쪽 견해다. 중국 학자들은 특히 한국인들은 서구적 잣대, 특히 미국적 시각에서 중국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이에 대해 “역사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고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면 결국 우리에겐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갈수록 중국과의 교역이 늘고 상호 의존도가 깊어질 것이다. 중국은 결코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합동군사훈련까지 돌아볼 때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의 책임을 묻고자 했던 한국의 외교적 노력은 중국이라는 장벽에 막혀버렸다.
2004년 동북공정 문제가 제기된 이후 한국에서는 ‘반중 감정’이, 중국에서는 ‘반한 감정’이 기세를 떨쳤다. 이어 천안함 사태와 일련의 한미 군사 행동은 한중 관계를 냉랭하게 만들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선보인 이 책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우리가 놓쳐버린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챙겨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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