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원 혜은사 주지인 덕산 스님(사진)은 17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다’(비움과 소통) 출간 간담회 자리에서 달마의 가르침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책은 참선 공부 지침을 설파한 달마대사의 ‘혈맥론’, 마음을 관(觀)하는 이치와 방법을 설한 ‘관심론’, 이치와 행으로 도에 들어가는 요점을 말한 ‘이입사행론’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 선종의 28대 조사로 동쪽으로 가 중국 선종의 1대 조사가 된 달마 대사의 어록을 덕산 스님이 번역한 뒤 알기 쉽게 해설을 달았다.
책 150페이지에 “출가하지 않은 사람은 처자가 있어서 음욕을 없애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부처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하는 물음에 달마대사는 “자기의 성품만 보라고 말하였지, 애욕은 말하지 않았느니라”고 대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성격의 어록 해설은 책 중간중간 삽입된 사명대사, 김홍도 등 한·중·일 고승·화가들의 달마도 30여장과 더불어 부드럽게 넘어간다.
‘염불선으로 본 달마어록’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덕산 스님이 염불수행으로 체험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게 특징이다.
덕산 스님은 1982년 승려가 된 후 참선 정진 중에 만성신부전증으로 거동이 어려워지자 염불수행을 시작했다. 이후 1992년 염불선을 주창한 청화 스님(1924∼2003)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염불선의 세계로 들어섰다. 염불선은 ‘생각 이전의 자리’를 관하며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등 불보살의 이름을 염송하는 것으로, 염불과 참선의 장점을 결합한 수행법이다. 덕산 스님은 1992년 3000일 정진에 들어가 1999년 염불선으로 공(空)을 체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간화선과 염불에 대해 “기존의 정토 염불과 간화선으로는 자성(自性)을 깨닫기 힘든 현실이어서 염불선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며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일체의 존재가 하나의 마음(一心)임을 확실하게 믿고 정진하며 살아가면 참선 아닌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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