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혹독한 시련의 비 사이로 왔다갔다하면서 비를 피하는 신비로운 와인 로마네 콩티는 와인 세계에서는 최고가 와인으로, 럭셔리 와인의 상징이다. 낱 병 하나가 이미 자동차 값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점과 선으로 유명한 화가 이우환의 세 자녀가 부모 결혼 기념 선물로 바친 로마네 콩티 1990년산 한 병. 세 자매는 부모님의 진주혼식을 위해 가진 돈을 몽땅 털었다. 와인 심미주의자인 이우환은 그 와인을 받아 들고는 그 정성에 감복한 나머지 도저히 그 병을 딸 수 없었다고 그의 저서 ‘시간의 여울’에서 고백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열망하는 와인을 하나 꼽으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로마네 콩티(Romanee-Conti)를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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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숙성고에서 익어가고 있는 2008 빈티지 와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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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 2008로 채워진 오크통. 모두 11통이 만들어졌다. |
지금이야 어쨌든 거금을 들이면 구할 수 있지만, 이전에는 왕자만이 마실 수 있었다. 왕자의 밭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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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프라이빗 셀러에서 잠자고 있는 로마네 콩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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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로마네 콩티. 신동와인 제공 |
지구상 최고의 와인 맛을 찾는 여행은 이런 특별한 혜택을 느끼는 일이다. 그러니 설레는 마음으로 본 로마네 마을에 당도했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양조장 앞에 서면 놀랄 것이다. 평범한 외양, 너무도 보통 양조장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빨간 철문이 있고, 그 왼편 돌벽에 작은 초인종을 누르면 주식회사 로마네 콩티와 연결된다.
오너의 성격과 태도는 건물 외양과 비슷하다. 오베르 드 빌렌(71)은 겸손하다. 잡지 ‘디캔터’가 ‘2010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하려 했을 때, 디캔터 담당자들은 혹시 그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고심했다고 할 정도다. 자신을 그저 ‘로마네 콩티의 한 시대를 책임 맡은 청지기’라 여기는 그는 포도밭을 귀중히 여겨 화학 약품이나 현대적 조치법들을 마다하고 재래식으로 가꾼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 무사히 인계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음력 달력을 기준해 밭을 돌보는 비오디나미 농법을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어도 그 농법으로 만들었다는 홍보나 마케팅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지력 유지가 목적이지 그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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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 포도밭은 십자가를 보고 찾아가면 된다. |
로마네 콩티 회사는 로마네 콩티만 팔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로마네 콩티 한 병에 나머지 그랑 크뤼를 몇 병씩 합쳐 12병을 만든다. 생산자는 주연인 로마네 콩티에다 조연까지 같이 팔아 매출 안정화를 도모하는데, 구매자들은 다른 11병이 어떻다 해도 그 한 병에 만족한다.
글·사진=조정용 와인저널리스트(‘올댓와인’ 저자)
■ 추천 레스토랑
〈 라 투드 프티 오베르주(La Toute Petite Auberge) 〉
본 로마네 마을의 대표 레스토랑으로 화려한 마을의 고정관념에 알맞다. 여기에 오면 두 번 놀란다. 와인 만드는 시골 마을 식당이 아니다. 그래서 깨끗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한 번 놀라고, 가격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합리적인 가격에 신신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리슈부르 호텔 옆이고, 부르고뉴의 중심 도로 N74에 바로 붙어 있어 자동차 여행자가 쉽게 찾을 수 있다. 달팽이, 개구리 요리부터 돼지고기, 생선 요리, 스테이크 등 맛깔 나고 신선한 음식을 본 로마네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 라 투드 프티 오베르주(La Toute Petite Auber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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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투드 프티 오베르주의 개구리 다리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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