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과정에서 철저히 무장투쟁노선을 견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이 주는 울림은 남다른 깊이가 있다. 어설프게 외교주의를 부르짖거나 타협적인 삶을 살아온 지도자의 말이었다면 그렇게 강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문화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패션이나 영화 등 문화산업 자체가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세계화 등으로 관광산업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컬처노믹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화의 힘은 국가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화가 강한 나라는 국가브랜드의 가치가 높고 경제 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국제 외교에서도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기반한 하드 파워보다 문화 지향적인 소프트 파워가 중시된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유산은 10개가 됐다. 세계 1, 2, 3위 세계유산 보유국인 이탈리아(44건), 스페인(41건), 중국(39건)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많다. 일본의 14개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나름대로 문화강국의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이 한국 문화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서 이탈리아나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서 한국 문화재의 빈약함을 지적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만큼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좀 지나친 일도 있다.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거나 규모만을 기준으로 한국 문화재를 비하하는 것은 문화의 본질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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