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성장… 생산능력 과잉 거품 키워
중국 경제의 영향력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급격히 커져 마침내 ‘G2(미국·중국)’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누르고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경제강국 지위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은 ‘굴뚝산업’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금융과 무역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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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지음/한스미디어/2만3000원 |
김동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쓴 ‘위안화 경제학’은 뻗어나가는 중국 경제와 그 속에 도사린 위험 요인, 미래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역작이다. 중국 문제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두루 중국을 이해하는 길잡이라 할 만하다.
책 내용에 따르면 지금은 중국에 먼저 진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간에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국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이해하면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어렵잖게 실감할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굴러다니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통점은 중국시장을 과소평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중국 정부는 낙후된 자국 승용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미 주요 자동차 메이커와 합작 생산에 착수하게 된다. 이 시기에 과감하게 중국 진출을 결정한 기업은 폴크스바겐, 푸조(PSA), 크라이슬러 등이다. 1990년대에는 현대자동차, 도요타와 혼다, GM과 포드자동차가 속속 중국에 들어간다. 그러나 초고가 메이커답게 콧대가 높았던 BMW와 벤츠는 여전히 중국 진출을 주저했다. 중국에 적극적이었던 폴크스바겐은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를 1995년 진출시켜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부유층의 구매력은 날로 강해지는 상황에서, 다급해진 두 회사는 뒤늦은 중국 진출을 시도했다. 중국시장을 깔보면서 코웃음쳤던 BMW와 벤츠는 20년이 지나서야 허겁지겁 중국에 도착해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부자들의 비위 맞추기에 나섰다. 2008년 대당 40만위안(5만8565달러·2008년 말 기준) 이상으로 고가인 럭셔리 자동차의 판매량은 25만대. 점유율은 아우디가 45%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BMW(13%), 벤츠(12%), 렉서스(10%), 볼보(4%) 순이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경제적으로 한참 뒤처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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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고속철도와 함께 항공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항공산업박람회 모습. |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수출을, 국내에서는 외화차입과 은행대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해 왔다. 이는 ‘부채에 기반한 소비’를 성장전략으로 삼은 미국의 소비 덕분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미국은 더 이상 소비할 수 없게 되면서 아시아식 성장 모델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세계경제의 몰락:달러의 위기’ 저자인 리처드 던컨은 최근 국제콘퍼런스에서 중국은 대규모 정부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버블을 키워 왔다고 경고했다. 수많은 공장을 세워 외국 투자를 유도했는데 미국 소비가 줄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예측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부채가 저축 규모에 비해 적어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위험 요인은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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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 각국이 투자를 하고 있으나 차이나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

비극적 결말로 끝난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물가 폭등과 실업률도 무시할 수 없다. 공산당 비밀주의 때문에 천안문 사태의 진실을 알 순 없지만 중국 내 학자들은 사실상 취업난이 대학생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향후 고속철도가 가져다주는 엄청난 성장 효과를 맛볼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중국은 2008년 8월 수도 베이징과 톈진을 연결하는 120㎞ 구간의 고속철을 개통, 이동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함으로써 대단한 관광 효과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32개 노선의 고속철도를 건설 중이다. 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차이나리스크를 얼마나 상쇄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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