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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쁜 남자란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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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28 09:24:24 수정 : 2010-07-28 09: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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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홍루몽의 여자 주인공 임대옥은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몸매에 항상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얼굴이라 별명이 '빈아'이다. 드라마 <나쁜 남자>에서 김남길이 연기한 심건욱 캐릭터도 그랬다. 출중한 비주얼과 우월한 신체비율, 환상적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슬프고 우울한 기운이 짙게 드리워져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위태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드라마가 채 끝나기도 전 눈물을 글썽거리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소로 갔다. 

냉미남에서 나쁜 남자까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참 강하다. 상냥하고 자상하며 따뜻한 성격을 지닌 남자에게서는 별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드라마 혹은 영화 속 캐릭터들을 보면 대개 온미남 계열의 남자들은 사랑에 있어서 시종 까칠하고 무뚝뚝하다가 뒤늦게서야 내 여자 앞에서만 팔불출이 되는 냉미남 계열을 남자들에게 패배한다.

실제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 '냉미남'들은 워낙 인기가 많은 탓에 다양한 장르에 등장하며 '나쁜 남자'로 진화했는데 두 캐릭터는 한 뿌리에서 나온 만큼 기본적인 부분은 닮아있다. 일단 출중한 외모와 슬림한 듯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몸매 그리고 전반적으로 거칠고 사나우면서도 까칠한 성격이지만 알고보면 마음의 상처가 깊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일부러 '나쁜 짓'을 일삼는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들이다.

이 '냉미남'이나 '나쁜 남자'들은 겉으로 볼 때는 남자다움이 두드러지지만 자신이 마음을 연 대상에 한해서 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모성본능을 인정 사정없이 자극한다. 젊은 남자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 캐릭터를 매끄럽게 연기할 때, 여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곤 한다.

슬픔과 재산이 공존하는 나쁜 남자들

겉으로는 '나쁜 척'하지만 여성들로부터 사랑받은 캐릭터들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도저히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결핍'이다. 그 결핍은 그를 나쁜 '척' 하게 만들었고, 사랑을 하고 결핍된 부분이 채워지면서 그는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서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 나쁜 남자가 재벌 후계자 캐릭터일 경우, 대부분 복잡한 혈통구조로 인한 가정 불화를 안고 있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 그룹을 대표하는 재벌 아버지의 '적자'일 경우, 애정이 없는 결혼 생활로 인해 태어났거나 친어머니가 사랑받지 못하는 슬픔 속에서 세상을 떠난 것이 한으로 남아있는데 위풍당당한 새 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뒤틀린 경우가 많다. 반대로 그룹을 대표하는 재벌 아버지의 서자일 경우, 원천적인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이복 형제 및 재벌 아버지의 친 어머니로부터 냉대를 받는 괴로움이 그를 괴롭힌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아직 세상을 떠나지도 않은 재벌 아버지의 '재산 분할' 때문인데, 이런 저런 가정 문제로 사업에는 관심도 없고 자포자기 했던 냉미남들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고자 하며 '정신'을 차린다. 물론 그들이 사랑하는 여자들을 재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단번에 마음에 들어하거나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똑똑한 여자들은 결코 남자도, 남자의 재산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지는 헤어지라는 압력이 강할 수록, 갖은 수모를 당할 수록 더욱 현명하게 처신한다. 즉 이전까지 나쁜 척 하던 남자들이 느꼈던 설움을 몸소 체험하는 한편, 그 광경을 되도록 (근본적인 심성은 착한) 나쁜 남자들이 목격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이제 더는 나쁜 척 하지 않는 단순한 남자들은 자신이 겪었던, 자신을 그토록 슬프게 했던 비난의 화살이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로 돌아간 것에 분노한다. 그때 여자들은 정정 당당하게 승부(실력으로 인정받아 재산을 제대로 물려받을 것)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 자극받은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성공한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 인정을 받으려고 성실하게 노력한다.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위의 내용들이 재벌 후계자 형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이 전형적인 패턴을 매우 심심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남자가 있다. 바로 김남길이 연기한 <선덕여왕>의 비담과 <나쁜 남자>의 심건욱이다.

혈통적으로는 신라 최고의 신분을 타고 났지만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버림 받고 부모를 닮아 간악하게 타고난 성격은 정의를 추구하는 스승에게 거부 당하고, 사랑하는 여인과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데 비상한 재능은 감출 길이 없고 주어진 권력도 너무 거대해져서 어떻게든 분출하지 않고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남자, 비담. 김남길이 연기한 비담은 시종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우아함과 천박함, 강인함과 연약함,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들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비담은 나쁜 남자도 아니고, 착한 남자도 아니고, 좋은 남자도 아니고 미운 남자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 슬프고 안타깝고 가슴 아픈 한편 섬뜩하고 위험한 기질을 지닌 남자였다. 김남길은 이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했다.

'비담'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여자보다 더 복잡하고 섬세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를 통채로 부여받은 김남길이 선택한 캐릭터는 '나쁜 남자' 심건욱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억지로 재벌가에 입양이 되어 최상의 대우를 받으며 지내다가 겨우 적응할 무렵 영문도 모른 채 파양을 당해 매정하게 쫒겨나고 부모님까지 세상을 떠나 혈혈단신 혼자가 되어버린 남자다.

잘 살고 있는 가족을 억지로 갈라놓으며 자신을 데려가서는 내쫓고 결국 부모님까지 세상을 떠나게 만들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완전히 부숴버린 재벌가에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 심건욱을 연기하는 김남길이 선택한 복수의 열쇠는 바로 그 자신의 매력이다. 전작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이 연기한 그의 어머니 역할의 '미실'이 자신의 매력으로 신라의 모든 남성들을 주물렀던 것처럼, 김남길이 연기하는 심건욱은 그 자신의 매력으로 한 재벌가의 언니와 여동생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선덕여왕>의 '미실'에게서 작업의 기술을 사사하기라도 한듯 선악이 공존하는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김남길 덕분에 '심건욱'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다채로워졌다. 세상에 둘도 없이 애절한 눈으로 뜨겁게 바라보는가 싶다가도 한 순간 얼음처럼 서늘하게 변해버리는 표정이며, 느닷없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는가 하면 안쓰럽게 마른 몸으로 맛있다는 듯 혼자 밥을 먹는 것까지 온통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절정의 매력을 내뿜기 시작하자마자 군대에 가서 2년간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니, 진짜 나쁜 남자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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