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80년만에 도전… ‘무관의 제왕’ 오명 탈피 총력
네덜란드, 준우승만 두번… “실리축구로 정상 등극” 남아공 월드컵 우승컵의 주인은?
‘무적함대’와 ‘오렌지군단’이 남아공 월드컵 정상을 놓고 운명의 승부를 벌인다. 두 나라는 12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스페인은 월드컵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고, 네덜란드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앞서 11일 오전 3시30분 독일과 우루과이가 3-4위전을 갖는다.
◆승자가 모두 갖는다=유럽 팀 간 축구전쟁은 이긴 쪽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말 그대로 ‘승자 독식’의 경기다.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와 네덜란드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개인적인 영예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비야와 스네이더르는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5골씩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결승전에서 골망을 가르는 쪽이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3∼4위전에 나서는 토마스 뮐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이 4골로 역전이 가능하지만 이들이 한 발 앞서 있어 유리하다.
골을 넣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 경우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볼 수상도 사실상 예약하게 된다. 결국 이기는 쪽이 우승컵과 함께 골든볼, 골든슈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비야는 스페인이 넣은 7골 가운데 5골을 책임졌다. 최근 세 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 중인 스네이더르는 해결사 능력이 돋보인다. 5골을 모두 후반에 넣으며 네덜란드의 이번 대회 6연승을 주도했다.
◆월드컵 역사 새로 쓴다=네덜란드와 스페인 모두 세계 정상급 전력을 갖추고도 아직 월드컵 무대에서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이기는 팀은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2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스페인의 ‘월드컵 울렁증’은 더 심했다. 모두 13차례 본선 무대를 밟은 스페인은 1950년 브라질 대회 때 4위가 역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결승에 오른 것은 1930년 원년 대회 이후 처음이다.
‘무관의 제왕’ 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스페인은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1964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 여세를 몰아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본선 6경기에서 12골을 넣고 5골을 내준 네덜란드는 덴마크와 조별리그 첫 경기(2-0 승)만 두 골 차로 이겼을 뿐 나머지 5경기 모두 한 골 차로 상대를 돌려세웠다. 우루과이와 4강전(3-2 승)에서 2골을 내준 것이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은 4강까지 6경기 동안 고작 7골을 터트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단 2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로 결승까지 올랐다. 조직력을 앞세워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는 ‘실리축구’ 싸움에서 누가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쓸지 주목된다.
문준식 기자 mj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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