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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신문활용교육)] 커피·축구공에 드리운 노동착취의 그림자

입력 : 2010-07-05 00:08:26 수정 : 2010-07-05 0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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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피의 다이아몬드’가 짐바브웨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킴벌리 프로세스’ 회원국 회의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HRW는 보고서를 통해 “짐바브웨의 대표적인 다이아몬드 광산인 마랑게 광산에서 군인들이 광산 채굴자에 대한 강제노동과 고문, 괴롭힘, 폭력 등과 연관됐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짐바브웨 정부는 지난해 킴벌리 프로세스와 약속한 마랑게 광산의 작업환경 개선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6월 21일 기사>

◇지난 5월 8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아이쿱(iCOOP)생협 등 국내 공정무역 단체들이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베틀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예노동의 댓가 ‘피의 다이아몬드’


‘킴벌리 프로세스’는 소위 ‘피의 다이아몬드’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2000년 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의 이름을 딴 킴벌리 프로세스는 2003년 공식 발효됐다. 분쟁지역에서 노예 노동을 통해 생산된 다이아몬드가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는 것이 협정의 핵심이다.

앙골라,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내전이 벌어질 당시, 정치 세력들은 주민들을 노예처럼 부려 다이아몬드 원석을 채취해 이를 서구의 거대 기업들에게 팔아 무기를 사들였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의 생산 과정에서 사람의 목숨과 노동이 철저히 착취당한 것이었다.

강도는 다르지만 사람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현장은 제3세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전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를 생산하는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의 시알코트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각형과 육각형의 가죽 32조각에 1620회의 바느질을 해야 한다. 12세 미만의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좁고 더러운 공장에서 하루에 14시간씩 바느질을 하고 고작 일당 2000원을 받는다.

우리가 즐기며 마시는 커피에도 노동의 그늘이 숨어 있다.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개의 커피콩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농부는 100개의 커피콩을 약 10원에 팔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 커피를 3000∼4000원을 내고 사먹는다. 고된 노동을 하는 농부가 아니라 유통과 판매를 주무르는 기업들이 이윤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콩고에는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인 리튬 필터의 주원료로 쓰이는 콜탄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80%이다. 콩고 군벌들은 콜탄 광산 쟁탈전을 벌여 다국적 기업들에게 경쟁적으로 싼값에 팔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소년이 하루 종일 콜탄 광산에서 일하고 버는 돈은 단돈 500원이다.

‘공정무역 운동’ 날로 확산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소비자는 구매를 통해 효용을 얻는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더 싼 자원과 노동자를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착취가 발생한다. 그 대상은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어려운 제3세계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제3세계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거대한 착취구조를 깰 수 없다.

제3세계 노동자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반성이 ‘공정무역운동’으로 나타났다. 공정무역운동은 1950∼60년대 유럽에서 소비자 운동으로 시작돼 1989년에는 전 세계 270개 공정무역단체가 가입한 국제공정무역협회(IFAT)가 출범했다. 국제공정무역협회는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 제공 ▲투명한 경영과 거래 ▲생산자 자립 기반 조성 ▲생산 과정, 상품 정보 공개 ▲대화와 참여를 통해 결정된 공정한 가격을 생산자에게 지급 ▲여성 차별금지 ▲아동 노동 금지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 등의 공정 무역 원칙을 제시했다.

‘정당한 값’이 지갑을 여는 기준

서희경 비상에듀 책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도 공정무역운동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커피와 초콜릿, 옷 등 공정무역인증 마크를 단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공정무역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과거엔 싼 가격과 품질만이 구매의 기준이었다면, 이제 생산과정의 윤리성까지도 구매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싼 값’이 아니라 ‘정당한 값’이 지갑을 여는 기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업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소비자들이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기업의 생산과정을 꼼꼼히 따진다면 기업들도 이윤만을 추구할 수 없다. ‘의식적인 소비’, ‘윤리적 소비’는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제3세계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자원을 채취하는 노동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이어질 것이다. 내가 산 물건이 고된 노동과 착취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노력이 궁극적으로 세계의 무역 질서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예 노동으로 원석을 캐거나, 하루 10여 시간의 바느질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의무는 아닐까?

서희경 비상에듀 책임연구원

생각해 볼 문제

1. 불공정한 무역과 제3세계 노동력 착취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2. ‘공정무역운동’이 이룬 성과에 대해 파악하고, 운동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3. 윤리적 소비자가 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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